20대 이어 총선 연패한 통합당, 비대위 구성 등 내부 쇄신 불가피
특히 황 대표는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겸임하고 있음에도 지난 선거운동 기간 자신의 지역구 유세 외에 이렇다 할 역할을 하지 못했다. 선거 국면 전반에서는 잇따른 실책으로 통합당 지지율에 치명타를 안긴 장본인이다.
하지만 황 대표는 이에 대한 성찰 없이 다시 기회를 달라는 읍소만 남긴 채 떠났다. 그는 15일 밤 11시 40분경 국회에 마련된 선거상황실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 여러분이 부디 인내를 가지고 우리 당에 시간을 주시길 바란다. 통합당에 기회를 주시길 바란다”며 “여러분이 살 나라, 우리의 후손들이 살아갈 나라를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황 대표는 그동안 연초까지 당의 자원을 동원한 장외집회로 내부 피로감을 누적시켜 왔다. 그 과정에서 극우 성향 지지자로 분류되는 일명 ‘태극기 부대’를 국회 안으로 끌어들이는 해프닝까지 자초했다. 특히 황 대표가 임기 내내 태극기 부대와 얽힌 점은 중도·보수를 표방하는 당으로 거듭나겠다던 통합당 지도부의 성찰적 메시지와 결이 달라 당의 확장성에 발목을 잡았다.
지난 1월 수도권 험지 출마 선언 뒤 한 달여간 출마지역을 결정하지 못했던 황 대표는 당내 공천 일정을 지연시킨 부분에도 책임이 있다. ‘김형오 공천관리위원회’와 소모적인 기 싸움은 물론 민경욱 후보 등 측근들의 공천 결과를 번복해 월권 논란을 자초했다. 강성 지지층 눈치에 선거일 직전까지 세월호 참사 막말 논란을 일삼은 차명진 후보에 대한 제명을 깔끔히 하지 못한 것도 실책으로 꼽힌다.
황 대표가 코로나19 장기화 속 전광훈 목사의 사랑제일교회 등 일부 교회가 강행한 현장 예배를 ‘교회 내 감염은 거의 없다’며 옹호한 것, 텔레그램 n번방 사건을 두고 ‘호기심’ 운운한 것도 통합당에 대한 부정적인 여론을 부추겼다.
아울러 총선 국면에서 통합당이 공약, 이슈 등을 선점하지 못한 점도 황 대표의 리더십 미숙 사례로 언급된다. 민심 풍향에 맞춰 여야가 앞다퉈 입장을 낸 기본소득, 재난지원금과 관련해서도 황 대표는 입장을 오락가락했다. 재난기본소득을 ‘매표 행위’라고 비난하더니 선거일이 다가오자 돌연 ‘전 국민에게 50만 원을 지급하자’며 입장을 뒤바꿨다.
김종인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이 구원투수로 나서기 전까지 황 대표가 주도한 통합당의 선거는 사실상 공천을 둘러싼 잡음과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과의 내홍에 혼란 상태였다.
이은영 한국여론연구소 소장은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통합당의 패배 요인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오너리스크”라며 “30~40대에게 어필할 수 있는 메시지는 전혀 내지 못했고 황 대표가 종로에서 계속 뒤지는 선거 추이를 보이면서 ‘원팀 전략’을 구사하지도 못했다. 오너리스크가 가장 크다”고 분석했다.
또 이 소장은 “막판에 차명진 후보 막말 논란에서 완전히 무너진 것 같다. 메시지 관리의 실패”라고 꼬집었다. 실책에 떠밀려 사퇴하는 황 대표는 대선가도에도 또렷한 빨간불이 켜졌다. 야권 유력 대선주자로 거론돼 온 그의 재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전신 새누리당 시절 지난 20대 총선에서도 수도권 122석 중 35석을 얻어 초라한 참패 성적표를 남겼던 통합당은 이번 총선에서도 연패하면서 국면전환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통합당은 향후 비상대책위원회 구성과 7월로 예정돼 있던 전당대회 개최를 서두를 것으로 보인다.
당의 체제를 재정비하기 위해 김종인 위원장과 유승민 의원의 등판론도 거론된다. 하지만 김종인 위원장은 15일 투표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전날로 내 임무는 다 끝났으니 더 이상 공식적인 자리에는 안 나타나려고 한다. 여러분을 만나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라며 “선거 이후
당내 활동은 생각해본 적도 없다”고 선을 그었다. 유승민 의원도 지난 13일 총선 뒤 당에서 맡을 역할에 대해 “생각한 적 없고 생각하고
싶지 않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