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연말부터 일본 브랜드 이용자 급반등... 일부 품목 불매운동 이전 수준까지 회복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일본 기업이 만든 제품은 구매하지 않겠다며 불매운동을 벌이던 것과 사뭇 다른 분위기다.
지난해 7월, 한국에 대한 일본의 수출규제로 촉발된 ‘일본산 불매운동’은 온·오프라인 할 것 없이 빠르게 확산했다. 국내에 판매되던 각종 일본산 제품들의 판매량이 급감했고, 일부 일본 브랜드들은 한국에서의 사업을 중단하고 철수 결정을 내리기도 했다. 다만 일본 의류브랜드 유니클로와 화장품 브랜드 DHC 등은 "한국의 불매운동이 오래가지 않아 금방 식을 것"이라는 취지의 막말과 함께 국내 사업을 지속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문제는 불매운동이 시작된 지 약 9개월이 지난 현재 이들 일본기업의 막말이 점차 현실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년 연말부터 국내에서 판매 중인 일본 브랜드 제품들의 판매량이 다시 올라가고 있는 추세다.
유니클로·무인양품 모바일 앱 사용자 불매운동 이전 수준까지 회복
특히 본사인 일본 ‘패스트리테일링’ 임원의 막말로 불매운동 1순위에 꼽혔던 유니클로는 지난해 10월부터 모바일 앱 사용자가 빠르게 늘기 시작했다.
모바일 빅데이터 플랫폼 업체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유니클로 앱 월 이용자 수는 지난해 7월부터 급감하기 시작해 9월 27만6천287명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0월 들어 50만6,002명을 기록하며 급반등하더니 11월 68만8,714명, 12월 61만8,684명을 기록했다. 불매운동 발생 전인 작년 상반기 평균치(71만1,924명)에 육박하는 수치다.
일본 생활용품 브랜드인 ‘무인양품’ 앱도 비슷한 상황이다. 불매운동으로 인해 작년 9월 2만9,008명까지 떨어진 무인양품 앱 사용자 수는 10월 4만48명, 11월 4만4,672명, 12월 4만5,523명으로 늘었다. 상반기 평균치(5만4천628명)의 83%까지 회복된 수치다.
지난해 뜨겁게 타오른 일본 불매운동은 온·오프라인을 가리지 않고 국내 소비 행태에 큰 영향을 끼쳤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점점 화제성이 떨어지면서 온라인상에서의 반일 분위기는 예전 같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유니클로의 경우 불매운동 이후 자사 주력 상품인 히트텍(발열내의) 무료 증정 행사와 대규모 할인 판매 행사 등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했다”며 “눈치를 봐야 하는 오프라인 매장과 달리 온라인에서 꽤 많은 고객이 몰린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맥주에 승용차까지... 올해들어 3개월째 수입액 증가세
이뿐만이 아니다. 지난해 일본산 불매운동으로 거의 ‘제로’ 수준까지 떨어졌던 일본 맥주 수입액은 올해 들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일본 맥주는 불매운동이 불거지기 전인 지난해 6월만 해도 한 달에 790만달러어치가 수입되던 인기 품목이었다. 하지만 불매운동 직격탄을 맞으면서, 지난해 9월 수입액은 6,000달러까지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 들어 일본 맥주 수입액은 점차 증가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일본 맥주의 수입액은 1월 12만6000달러, 2월 26만4000달러, 3월 64만8000달러로 3개월 연속 증가세를 나타냈다. 3월 수입액의 경우 작년 3월과 비교하면 87% 감소한 수준이지만, 1월 전년 동기 감소 폭(-98%)과 비교하면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국내에서는 일본 맥주에 대한 할인행사가 진행된 바 있다. 아사히맥주와 삿포로, 기린이치방 등 일본 맥주의 국내 판매를 담당하고 있는 롯데는 계열사인 롯데마트와 코리아세븐을 통해 일본 맥주에 대한 대대적인 할인행사를 진행했다.
롯데마트는 지난달 26일부터 이달 15일까지 ‘아사히수퍼드라이’ 500mL 6개입을 7,800원(1캔=1,300원)에 판매했다. 시중 소비자가격이 1캔당 4,000원인 점을 감안하면 3분의 1 수준이다.
코리아세븐이 운영하는 편의점 세븐일레븐도 지난달 27일 아사히수퍼드라이와 아사히블랙, 삿포로, 기린이치방, 필스너우르켈, 코젤타크 등 일본 맥주 5종을 45% 할인해 판매했다.
자동차 역시 마찬가지다. 승용차 수입액도 1월 2,129만8,000달러로 전년 같은 달 대비 69.8% 줄었지만 2월(8,454만9,000달러),
3월(7,288만7,000달러)로 3~4배가량 늘었다. 3월 일본 차 브랜드의 국내 판매량(1,406대)은 작년 동기 대비 67.8%
감소했지만,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등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자동차 판매가 늘면서 수입액이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