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 먹기, 안 할 수 없었다” 신앙 이유로 교인에게 황당 훈련 강요한 교회

피해 교인 24명, 빛과진리교회 고발 기자회견에 참여해


“인분을 먹기 너무 싫어서 바로 하지 못했어요. 그렇다고 안 할 수도 없었어요. (훈련 과정) 마지막 즈음에 인분을 먹겠다는 계획표를 올렸어요. 그리고 리더의 승인을 받고 인분을 먹었어요. 그 영상을 리더에게 보냈어요. 인분을 먹었다는 수행 보고서도 제출했고요. 그렇게 점수를 받았어요.” - 빛과진리교회 리더 훈련 과정 피해자 A 씨

5일 열린 빛과진리교회에서 벌어지는 비상식적인 리더 훈련 과정과 각종 비리를 고발하는 기자회견에 나온 한 피해 교인의 말이다.

개신교 시민단체 평화나무는 이날 서울 강북구 한빛장로교회에서 ‘빛과진리교회 제보자들 김명진 목사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 자리엔 빛과진리교회를 길게는 10여 년 짧게는 4~5년간 다니면서 비상식적인 리더 훈련 과정을 겪고, 교인들이 헌금한 돈으로 개인 명의의 부동산 등을 취득한 교회 간부들을 봤다는 24명의 피해 교인이 참여해 자신의 사례를 증언했다.

기자회견은 신변노출로 인한 2차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 천으로 모습을 가린 상태로 진행됐으며, 이를 통해 자신감을 회복한 피해자들은 자신이 겪은 사례를 상세히 밝혔다. 이들은 ‘인분 먹기’, ‘공동묘지서 서로 허리띠로 때리기’ 등 비상식적인 리더 훈련 과정에 대해 증언했다. 또 뇌출혈로 쓰러진 교인을 제때 병원으로 데려가지 않는 등 비정상적인 모임 운영 형태 등에 대해서도 전했다.

일부 피해자는 자신이 겪은 사례를 밝히며 고통스러워 말을 잇지 못했다.

인분 먹기, 허리띠로 때리기 등
“그땐 그게 올바른 것으로 생각”

빛과진리교회는 국내 최대교단인 예수교장로회 합동 소속 교회로 김명진 목사가 담임목사로 있다. 기자회견에 참여한 피해자들에 따르면, 빛과진리교회는 다른 정상적인 교회에선 볼 수 없는 ‘다단계식 직위구조’로 운영된다. 장로, 권사, 집사 등이 있긴 하지만 실질적으로 이들의 역할은 별로 없는 편이고, ‘리더’라는 임원을 훈련 과정을 통해 임명하고 이들에게 권력을 집중하는 구조다. 그리고 이들 위에 ‘탑리더’라 불리는 김명진 목사가 있다.

특이한 점은 교회의 리더들은 공동체 생활, 강압적이고 정례적인 모임 등을 통해 교인들을 심리적으로 지배하고 리더와 목사를 숭배하도록 만든다는 점이다. 이후 교인들은 자신이 숭배하게 된 리더처럼 되기 위해 6개월 과정의 훈련에 참여한다. 이 훈련 과정에서 교인들은 ‘인분 먹기’, ‘공동묘지서 서로 혁대로 때리기’, ‘트랜스젠더 바에 가서 성소수자를 화나게 한 뒤 매맞기’, ‘트렁크 등 밀폐된 공간에 갇히기’ 등을 수행해야만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었다.

이를 두고, 피해자들은 “고린도후서 6장의 내용을 근거로 하고 있으며, 그 목적은 결국 빛과진리교회 김명진 목사에게 순종하게 하기 위한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훈련에 참여했던 여성 피해자 A 씨는 “당시, 너무 리더가 되고 싶어 미친상태였다”라고 자신을 돌아봤다. A 씨는 “그땐 그게 올바른 것으로 생각했다. 힘들 때마다 내 자신만을 탓했다. (억지로 날 끌고 나온) 남편이 아니었으면 인분이 아니더라도, 거기서 뭐라도 했을 것”이라며 “나와서도 (한동안) 어떻게 인분을 먹을 수 있는지 생각하지 못할 정도로 세뇌가 심각한 상태였다”라고 말했다.

또 다른 피해 남성 B 씨는 망우리 공동묘지에서 매 맞기 훈련을 한 경험을 밝혔다. B 씨는 “실제로 새벽 12시에 훈련에 참여한 3명의 교인과 함께 망우리 공동묘지에 가서 이 훈련을 했다”며 “묘지 나무에 매달려 있으면 서로 39대씩 돌아가면서 맞는 훈련”이라고 설명했다.

이 같은 훈련과정에서 신체적인 불구가 된 사례도 있었다. 여성 피해자 C 씨는 “야간 행군 등을 하면서 도랑에 빠지거나 계단에서 넘어지는 건 빈번했고, 훈련으로 고온의 찜질방에서 너무 오랫동안 있다가 전신화상을 입어 지금도 치료를 받는 이도 있다. 또 토요 모임 중 뇌출혈로 쓰러져 장애 1급을 받은 이도 있다”고 말했다.

토요 모임 중 뇌출혈로 쓰러진 피해자를 잘 알고, 당시 현장에 있었다는 피해 여성 D 씨는 “언니가 팔이 아프다고 호소한 시간부터 많은 시간이 흐르도록 교회의 사람들은 언니를 방치했다. 모임의 리더는 얼른 구급차를 부르기보단 교회에 있는 한의사를 부르려고 했다”고 증언했다. 이어 “한의사 입에서도 뇌 쪽에 이상이 있다는 말이 나왔음에도, 119를 부르지 않았고, 오히려 이 일로 그날 토요 모임이 흐지부지되는 걸 걱정하고 있었다”라며 “의식이 점점 사라지는 언니가 병원을 가야겠다는 말을 해서, (내가) ‘환자가 병원에 가야 할 것 같다고 말한다’고 하자 그제야 병원에 가자고 했다. 그런데 그때도 119를 부르지 않았다. 소변을 눈 언니의 옷을 갈아입히는 등 많은 시간을 허비했다. 교인의 차량에 태웠을 때 다시 언니가 소변을 하고 토를 한 뒤에야 119를 불렀다”라고 한탄했다.

기자회견 말미, 한 피해 여성은 “10년 이상 그곳에서 시간을 보내면서 세계관을 깨고 나오기까지 쉽지 않았는데, 그 안에서 (세뇌돼) 자각하지 못하는 형제자매가 많다. 내가 인도했던 형제자매도 있다”라며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이에 대해, 피해자들과 연대하고자 기자회견에 참여한 양희삼 목사는 “사랑하는 사람을 끌고 들어갔는데, 그들이 아직도 거기에 있는 것 때문에 죄책감을 느낀다고 들었다”라며 “그때는 그 일이 최고인 줄 알고 최선을 다한 것이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행이다. 지나친 죄책감은 도움이 안 된다.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 당신의 선한 마음을 이용한 종교 사기꾼의 잘못이지 당신의 잘못이 아니다”라고 위로했다.

이날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비상식적인 훈련 과정 말고도 빛과진리교회 ‘빛과진리선교원·빛과진리학교 불법적인 운영 의혹’, ‘불투명한 재정관리를 통해 목사 측근들의 재산 축적 의혹’, ‘목사 지정헌금을 통한 깜깜이 수익 의혹’ 등을 제기했다.

한편, 빛과진리교회 측은 이날 입장문을 내고 “상처하고 아파하신 모든 분께 진심으로 죄송하다”며 “특히 병상에 있는 자매님의 일은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하며 방법을 찾아 최대한 돕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