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대통령이 취임 3주년을 맞은 10일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위한 청사진을 발표했다.

코로나19 방역을 넘어 경제 위기를 기회로 전환하기 위한 ‘한국판 뉴딜’ 사업을 중점 추진하고, 사회안전망인 ‘전국민 고용보험제’를 실현하기 위한 초석을 두겠다는 게 핵심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 춘추관에서 한 ‘취임 3주년 특별연설’을 통해 “저는 남은 임기 동안, 국민과 함께 국난 극복에 매진하면서 위기를 기회로 바꾸는 데 전력을 다하겠다”며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의 길을 열어나가겠다”고 천명했다.

디지털 경제에 따른 일자리 감소 우려에 “공감이 가는 걱정”

문 대통령은 우선 “선도형 경제로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개척하겠다”고 밝혔다. 그 핵심은 ‘디지털’이다.

문 대통령은 “우리는 ICT(정보통신기술) 분야에서 우수한 인프라와 세계 1위의 경쟁력을 지니고 있다”며 “혁신 벤처와 스타트업이 주력이 되어 세계를 선도하는 ‘디지털 강국’으로 대한민국을 도약시키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시스템반도체, 바이오헬스, 미래차 등 3대 신성장 산업을 더욱 강력히 육성하여 미래먹거리를 창출하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한국 기업의 유턴은 물론 해외의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대한민국이 ‘첨단산업의 세계공장’이 돼 세계의 산업지도를 바꾸겠다”고 밝혔다.

나아가 문 대통령은 “일자리 창출을 위한 ‘한국판 뉴딜’을 국가프로젝트로 추진하겠다”며 “정부는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 국민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겠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한국판 뉴딜은 디지털 인프라를 구축하는 미래 선점투자”라며 “5G 인프라 조기 구축과 데이터를 수집, 축적, 활용하는 데이터 인프라 구축을 국가적 사업으로 추진하겠다”고 천명했다.

또 “의료, 교육, 유통 등 비대면 산업을 집중 육성하고, 도시와 산단, 도로와 교통망, 노후 SOC 등 국가기반시설에 인공지능과 디지털 기술을 결합하여 스마트화하는 대규모 일자리 창출 사업도 적극 전개하겠다”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원격의료, 개인정보 침해 등의 논란을 의식한 듯 “그 과정에서 개인정보보호는 물론 의료와 교육의 공공성 확보라는 중요한 가치가 충분히 지켜질 수 있도록 조화시켜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하지만 디지털화를 토대로 한 이런 정책이 지속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사업 초기에는 데이터의 수집과 입력을 위한 노동에 수요가 단기간에 집중되므로 청년층을 중심으로 고용이 늘어날 수 있을지라도, 이후에는 전문 인력의 역할이 커지며 디지털 미숙련 노동은 일자리에서 밀려나기 쉬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공감이 가는 걱정”이라며 “디지털 경제는 한편으로 새로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낼 것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기존의 일자리를 많이 없애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문 대통령은 “디지털 경제는 피할 수 없는 추세”라며 “우리는 거기에 대비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이번 코로나19를 맞이하면서 디지털로의 전환이 강제되긴 했지만 결국은 대비해야 할 미래였다는 것이다.

문 대통령은 “이번 코로나 사태를 거치면서 여러 가지 비대면 거래들, 또는 재택근무들이 활성화되면서 디지털 경제는 더욱 더 속도를 내게 됐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일자리를 잃게 될) 이분들을 어떻게 새로 생겨나는 새로운 일자리로 옮겨갈 수 있게 해 주고, 또 옮겨갈 수 있을 때까지 그 생활을 보장해 줄 수 있느냐는 것이 앞으로 큰 과제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데이터를 수집하고, 입력하고, 정리하고, 그것을 축적하고, 또 활용하는 방안을 만들고, 그 속에서 개인정보가 침해되지 않을 수 있게 하는 그런 방안을 마련하고 하는 데에는 많은 인력이 직접 해야 되는 작업이 생겨나게 된다”며 “그 일자리를 대폭 마련해서 지금의 고용 위기에도 대응하고, 그다음에 디지털 경제에서 대한민국이 선도하는 나라가 되겠다는 것이 우리가 지금 말하는 한국판 뉴딜로서의 디지털 뉴딜”이라고 밝혔다.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

이와 동시에 문 대통령은 경제 위기 속에 대규모 실업이 예상되는 만큼 이에 대비하는 정책도 전면적으로 내세웠다.

문 대통령은 “고용보험 적용을 획기적으로 확대하고,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시행해 우리의 고용안전망 수준을 한 단계 높이겠다”며 “실직과 생계위협으로부터 국민 모두의 삶을 지키겠다”고 천명했다.

문 대통령은 “인류의 역사는 위기를 겪을 때, 복지를 확대하고 안전망을 강화해 왔다”며 “미국은 대공황을 거치며 사회보장제도의 근간을 마련하였고, 우리나라는 IMF 외환위기를 건너며 기초생활보장제도를 앞당겨 도입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의 코로나 위기는 여전히 취약한 우리의 고용안전망을 더욱 튼튼히 구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문 대통령은 “모든 취업자가 고용보험 혜택을 받는 ‘전국민 고용보험 시대’의 기초를 놓겠다”고 밝혔다. 검토 수준이었던 ‘전국민 고용보험 제도’를 추진하겠다는 의사를 보다 분명히 밝힌 것이다.

문 대통령은 “아직도 가입해 있지 않은 저임금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고용보험 가입을 조속히 추진하고, 특수고용노동자, 플랫폼 노동자, 프리랜서, 예술인 등 고용보험 사각지대를 빠르게 해소해 나가겠다”며 “자영업자들에 대한 고용보험 적용도 사회적 합의를 통해 점진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고용안전망 확충은 우리 경제의 역동성을 위해서도 필요한 과제다. 법과 제도를 정비하여 고용보험 대상을 단계적으로 넓혀 나가겠다”며 “국회의 공감과 협조가 매우 중요하다. 입법을 통해 뒷받침해 주실 것을 당부드린다”고 밝혔다.

또한 문 대통령은 “한국형 실업부조 제도인 국민취업지원제도를 조속히 시행하겠다”며 “국민취업지원제도는 저소득층, 청년, 영세 자영업자 등에 대해 직업 훈련 등 맞춤형 취업을 지원하며 구직촉진 수당 등 소득을 지원하는 제도”라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경제사회노동위원회 합의를 거쳐 국회에 이미 법이 제출되어 있다”며 “국회가 조속히 처리해 주시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 선도할 것...남북도 평화공동체 되길 희망”

“우리의 목표는 ‘세계를 선도하는 대한민국’”이라고 밝힌 문 대통령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우선하는 연대와 협력의 국제질서를 선도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한국이 코로나19 방역의 세계적 성공모델로 국제사회의 호평을 받으면서 외교 무대의 중심에 서게 된 문 대통령은 “이 기회를 적극 살려나가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성공적 방역에 기초하여, ‘인간안보(Human Security)’를 중심에 놓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국제협력을 선도해 나가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문 대통령은 “오늘날의 안보는 전통적인 군사안보에서 재난, 질병, 환경문제 등 안전을 위협하는 모든 요인에 대처하는 ‘인간안보’로 확장됐다”며 “동북아와 아세안, 전세계가 연대와 협력으로 인간안보라는 공동의 목표를 향해 나가도록 주도적 역할을 하겠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동시에 “남과 북도 인간안보에 협력하여 하나의 생명공동체가 되고 평화공동체로 나아가길 희망한다”고 밝혔다.

다만, 남북협력을 비롯한 한반도 정세와 관련해선 더 이상 언급이 없었다. 주요 연설 때마다 이를 비중 있게 언급했던 것과는 차이가 있다.

이와 관련된 질문이 나오자 문 대통령은 “오늘은 취임 3주년 연설이기는 하지만 국정 전반을 다 말씀드리는 것이 아니라 지금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여러 가지 경제 위기, 또 국난 극복을 위한 대책 쪽에 좀 집중해서 말씀드렸다는 것을 이해해 주기 바란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은 최근 3.1절 연설 등을 통해 제안했던 남북협력 사업이 지금도 유효하다고 밝히면서도 “아직도 북한은 그에 대해서 지금 호응해오지 않고 있는 상황”이라고 아쉬워했다.

문 대통령은 “지금 코로나 상황 때문에 여러 가지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며 “국제적인 교류나 외교가 전반적으로 전부 많이 멈춰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우리가 계속해서 독촉만 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 코로나 상황이 진정되는 대로 우리의 제안이 북한에 의해서 받아들여지도록 지속적으로 대화하고 설득해 나갈 예정”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