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메일을 한 통 받았다. 그동안 나에 대해 오해하고 판단했던 것을 사과하고 싶다는 내용이었다.
메일을 보내온 A 씨는 “(김명진) 목사님께서 말씀하신 것만 믿고 기자님에 대해서 편향되고, 가짜뉴스 없는 세상 만들기 슬로건 아래 사실 배후에는 정말 교회척결하기 위함이라고 하신 것을 철썩 같이 믿었다”며 “그러면서 화개에도 다녀가고, 평창에도 다녀가고, 일인시위도 신청하셨다(여기서 잠깐, 내가 언제 일인시위도 신청했는지는 나조차 알 길이 없지만)는 말을 들으며 ‘저 사람은 진리를 모른다. 그런데 나름 정의를 구현하겠다고 저렇게 일을 열심히 하는구나’라고 생각했다고 했다. 또 ‘정말 자기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고 그러는 건가 빛과진리교회는 예수님의 피 값으로 사신 교회인데 ‘참 안타깝다’ 하는 생각까지 했다”고 했다.
A씨는 이어 “분명 모임에서는 ‘(고후13:5) 믿음에 있는가 따져보라’는 말씀처럼 늘 점검하고 따져보라고 배웠는데 정작 목사님 말만 듣고 따져볼 생각을 하지 못한 것이었다”며 “그래서 저도 하나하나 기사들을 찾아보았다”고 했다. 이후 A 씨는 김 목사와 관련한 재정적인 부분도 확인해 보았다고 했다.
결과는 어땠을까. ‘엘앤티’ 농업법인이 주식회사라는 것을 처음으로 알게 됐고, 주식회사는 주주가 주인이라는 사실을 깨닫게 됐다고 했다. 당연히 주주가 빛과진리교회겠거니 생각했으나, 교회가 주주명부를 보여주지 않는 것이 이상하게 여겨지기 시작했다고 했다. 농업법인회사를 설립하려면 농업에 종사하는 사람이 있어야 한다는데 교회에는 그런 분이 없는 것 같고, 왜 하필 농업회사법인인 주식회사까지 설립해 땅을 샀는지 의심을 하게 됐다고 했다. 교회에서 지금까지 한 번도 들어본 적이 없는 내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피해를 호소하고, 교회의 그릇됨을
주장하는 탈퇴교인이 60여 명이나 되는데,
교회는 왜 그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성을 공고히 하는 데만
집중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
A 씨는 긴 메일의 마지막에는 “빛과진리교회에서 말씀을 새롭게 알게 되고 말씀대로 사는 것이 좋다고 생각하면서 영적으로 성장하고 싶어 말씀대로 순수하게 훈련을 했었다”라며 “본을 따라 하라고 하고, 가르침을 받은 그대로 하라고 했는데 결국 목사의 말과 실제 삶이 다른 것으로 인해 상심이 크다”고 심경을 전했다. 그는 “기사를 써 줘서 감사하다”며 “빛과진리교회 성도들을 위해 기도 부탁드린다”라는 인사로 글을 맺었다.
또 다른 교인 B 씨는 최근 내게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교회에서 좋았던 추억도 많았고, 그래서 정말 피해 입은 교인들이 있다”는
내용이 골자였다. 사실 이 질문은 꽤 여러 교인이 내게 해 온 질문과 다르지 않았다. 그런데도 B 씨의 질문이 달랐던 건, 진심으로
해답을 찾고자 하는 마음이 엿보였다는 점이다. 평화나무가 김명진 목사가 주장한 대로 교회 파괴세력인지를 검증하고 싶은 마음이 녹아 있는
듯했다.
내 답변은 간단했다. 피해를 호소하고, 교회의 그릇됨을 주장하는 탈퇴교인이 60여 명이나 되는데, 교회는 왜 그들의 호소에 귀 기울이기보다
자신들의 성을 공고히 하는 데만 집중하는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는 반문이었다.
상식 밖의 훈련이 교회의 주장대로 일부 극성 신도들의 자발적 훈련이고 돌출 훈련이었을 뿐이라면, 교회 내에서 그루밍이 없었다면, 교회가 건강하다면, 지금 내부에서 진상을 파악해 훈련에서 잘못된 것은 없었는지, 평화나무가 무엇을 파악하고 보도했는지 등을 살피고 자정 노력을 기울여야 하지 않겠느냐고 질문을 돌렸다. 오히려 내부에서 개혁의 목소리가 크게 나와야 하는 것이 정상이 아닌지 물었다.
말뿐인 사과는 진정성이 없다고 했다. 적어도 평화나무가 먼저 피해자 심리상담 지원에 나서기 전에 교회 측에서 피해자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지를 고민하고 실행해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고 생각할 지점을 던져 주었다. B 씨는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곤 “우리교회가 평화나무를 음해했네요”라고 말했다.
기자가 교인을 폭행했다는 가짜뉴스로
내부 결집 시도하는 빛과진리교회
또 다른 교인 C씨는 피해 제보자들에게 최근 내부에서 돌고 있는 파일을 전달해주며 “이건 정말 아닌 것 같다”는 의견을 내비쳤다고 한다. 평화나무가 입수한 음성 파일에는 지난 17일 교회 앞에서 일어난 일련의 사건에 대한 교회 측의 주장이 담겨 있었다. 약 8분가량의 음성 파일에는 아래와 같은 내용이 담겨 있었다.
“이날 교회 내에서는 2차코로나 방지를 위한 열 방지와 소독 절차를 밟고 있었고 그 절차를 통해 성도들을 들여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평화무의 권지연 기자, 권 씨와 카메라 기자는 코로나 예방 수칙을 무시하고 무리하게 사람을 밀치며 출입을 시도하려 했습니다. 무엇보다 평소 권 씨는 매일 sns나 방송 매체를 통해서 계속해서 교회를 폄하하고 왜곡보도 한 자였습니다. 그날 역시도 교인들 사이로 끼어들어 김명진 목사가 자신과 인터뷰하기로 약속했다며 거짓말을 했습니다. 보다 못한 성도들은 권 씨와 카메라맨을 몰아내려 했고 이를 위해 교회 앞으로 지키던 성도들이 권 씨와 카메라맨을 정문 입구에서 막았습니다. 특히 악의적 편집으로 유명했기에 성도들은 카메라를 최대한 저지하려 했고 그 중 한 사람이 서 모 자매였습니다. 그런 가운데 권 씨는 “이거 촬영 방해죄인거 몰라요?” 이렇게 말했는데 이런 죄는 해당되지 않을뿐더러 있지도 않았습니다. 금지한 촬영을 시도하는 것이 오히려 불법입니다. 권 씨는 “이거 촬영 방해죄인거 몰라요?”라고 소리 지르며 과격하게 피켓 주변을 돌며 손에 든 마이크와 어깨에든 가방을 밀치며 움직였습니다. 이때 이를 막던 서 자매는 권 씨의 밀침으로 충돌이 있었고 중심을 잃지 않으려고 했지만 피켓을 양손에 들고 있었기에 그만 균형을 잃고 넘어지게 됐습니다. 평소 허리 디스크가 있었던 서 자매는 이 충돌로 전치 2주의 상해를 입게 되었으며 되었습니다. (진단서 첨부 등) (후략)
상황을 간단히 설명하자면 이렇다. 전날 내 페이스북에는 김명진 목사를 옹호하기 위한 교인들이 떼로 몰려와 항의했고, ‘왜 우리 얘기는 안 들어주느냐’는 잔류 교인들에게 나는 ‘김명진 목사와의 공개 면담’을 라이브로 진행하며 어떻겠느냐고 제안했다. 페이스북 공간에서만큼은 교인들은 반대 의견을 내비치지 않았고, 심지어 “조심해서 오라”고 까지 했다.
물론 이런 제안을 교인들이 승낙했다고 믿지는 않았다. 그래서 라이브 방송 준비 없이 현장을 찾았고, 교회 앞에서 타 언론사 취재진과 함께 “김명진 목사와 면담이 가능한지”를 타진했다. 나는 물론 타 언론사 취재진이 무리한 진입을 시도한 적은 당연히 없다.
이후 교인들은 정문 멀찍이서 시위 장면을 찍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았다. 멀찍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계속 쫓아다녔고, 카메라를 막고 에워쌌다. 이 과정에서 내가 나를 둘러싼 교인들에게 “지나가겠습니다”라고 말하며 왼쪽으로 지나가려는데 오른쪽에서 소리가 나며 누군가 철퍼덕 넘어졌다. 다는 그와 부딪혔다는 느낌조차 없었다. 내가 소리를 질렀다든지 누군가를 밀었다는 주장은 당시 현장을 촬영한 타 언론사 카메라 영상을 봐도 전혀 성립되지 않는다. 교회 측은 전날 기도모임에서는 가짜뉴스로 평화나무 취재진을 조롱하며 내부 결속을 시도했고, 진실을 외면하는 모습이다. 결국 누군가는 그런 모습에 환멸을 느끼고 현실을 자각하는 중이다.
“평화나무가 악의적인 기사를 써서 우리를 힘들게 하고 있다”며 목불인견 상황을 연출하는 빛과진리교회 잔류 교인들도 물론 여전히 존재한다.
한 잔류교인은 “알아서 판단하라”며 자신이 ‘빛과진리교회를 지켜주세요’라는 제목의 자필 진술서 복사본을 첨부해 왔다. 자신은 LTC
훈련을 통해 행복을 얻었으며, 제보자들이 어디에 계시든 주 안에서 행복하지길 진심으로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그러니 악의적인 편집과
편파 보도를 멈춰달라고 했다. 이 교인에게 인터뷰를 요청하는 답장을 보냈으나 아직 답은 없는 상태다.
대화를 나눌수록
가슴이 답답했던 건
그가 스스로 엘리트라고 강조하면서도,
교회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할 때면
“우리가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다”라고
주장한 점이다.
평창에서 만난 교인(2년 전 귀농했다는 50부장) D씨는 “모든 사람이 행복했으면 좋겠다”며 “모든 신앙적 활동을 통해 하나님이 드러났으면 좋겠다. 우리도 성경을 모르는 바보가 아니다”고 주장했다.
그는 “생각하는 것보다 내가 교회의 재정적 상황을 많이 안다”며 “김명진 목사의 통장에 얼마가 있든 액수는 중요치 않다. 어찌됐든 경찰 조사를 통해서 미흡한 부분, 개선해야 할 부분들이 개선될 수 있고 이것들이 (김명진 목사가) 개인의 사리사욕을 추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이 밝혀졌으면 좋겠다”라고 했다.
‘교회 청년 중에는 2금융, 3금융에서 대출받아 헌금한 사람도 있는데, (김명진) 목사께서는 너무 과도하게 비싼 차를 타는가 하면, 지정헌금 공개를 안 한다. 이해가 안 되는 모습이지 않나’라고 묻자, 그는 “지정헌금 (액수를) 다 합쳐도 2천명 가까이 되는 규모에서 (목사에게) 연봉을 충분히 줬을 때 연수를 곱하는 것보다 적을 것”이라며 ‘연봉으로 받으면 2억은 족히 될 것’이라고 했던 김명진 목사의 생각에 동의한다고 했다. 이어 “(김명진 목사가) CEO라고 한다면 훨씬 많은 부분을 가져갈 것이다”라고 말했다.
‘훈련 중 뇌출혈로 쓰러진 교인이 발생했는데도 구급차를 제때 부르지 않은 것’고 관련해서는 “그 분(뇌출혈로 쓰러진 자매)이 아프셔서 (이전에도) 응급 상황이 있었고 그때마다 (교회는) 최선을 다했다”며 “119를 부르면 (규모가 작은) 성바오로병원으로 가기 때문에 큰 병원으로 가려고 한 것”이라고 변명했다. 설득력이 떨어지는 이 주장은 일찍이 교회측에서 내고 있는 주장이라고 전달받은 바 있다.
그는 “(구급차 호출을) 두 시간 지연했다고 하지만 나라도 두 시간 전에는 앞에 있는 사람이 119를 빨리 불러야 한다는 것을 잘 몰랐을 것 같다”고 했다. 그러나 평화나무가 만난 당시 목격자 두 명은 모두 “한 시가 급해 보였다”라고 말했다. 오히려 D씨는 현장에 있었던 것은 아니라고 했다.
이 귀농한 교인과 나는 약 30분가량 대화를 나누었다. 대화를 나눌수록 가슴이 답답했던 건 그가 스스로 엘리트라고 강조하면서도, 교회의 미흡한 대응을 지적할 때면 “우리가 그 정도로 아무것도 모르고 순수하다”라고 주장한 점이다.
이날 D씨와 나눈 대화도 교회에서는 왜곡되어 전해지고 있었다. 내가 애초에 처음 대화를 시작할 때 “지역 주민이냐, 혹시 교인이냐”라고 물었고, 그 지점을 확인하고 대화를 시작했음에도 교회의 모임에서는 마치 지역 주민인 줄로만 알고 빛과진리교회 교인과 엉뚱한 인터뷰를 했다는 식으로 왜곡해 조롱의 대상으로 삼고 있었다.
사실 안타까운 건,
이들 중 대부분이 피해자임을
자각하지 못한 피해자임이 확실하다는 것.
문제의 교회가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언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모두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는 그의 말은 무엇을 의미했던 것일까. 다시 묻게 된다.
그들은 철저히 통제된 자신들만의 세상 속에서 거짓을 무기로 삼고 있었다. 그러나 조금만 사실관계를 파악하고자 한다면 진실에 다가가는 건 그리 어렵지 않아 보인다.
사실 안타까운 건, 이들 중 대부분이 피해자임을 자각하지 못한 피해자임이 확실하다는 것. 문제의 교회가 일을 해결하는 방식은 언제나
크게 다르지 않다는 점이다.
첫째. 외부적으로 사과한다고 하면서 내부적으로는 문제를 제기했던 사람들을 ‘음해세력’으로 규정한다.
둘째. 언론 보도로 인해 교회가 상처 입었다고 주장한다.
셋째. 자신들의 입장을 실어줄 언론사를 찾아 사건을 물 타기 한다. 안타까운 건, 이런 경우 문제의 교회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언론사는
개신교계에서 이단으로 지정한 인물들을 옹호하거나 세습 문제를 적극 찬성하며 문제의 대형교회 목사를 옹호해 온 언론사들이라는 점이다.
넷째. 이 모든 것은 사건을 책임져야 할 담임 목사가 아닌, 교인들을 앞세운다. 문제의 교회에서 목사는 절대 직접 책임지지 않는다.
자신에게 충성스런 누군가를 이용해 앞세울 뿐이다.
예장합동 김종준 총회장
피해자 만나본 적도 없는데 ‘일부 과장된 면’
평양노회
“빛과진리교회를 탈퇴한 제보자들
근거로 한 일방적인 내용”
교단과 노회의 시각도 피해자 중심이 아닌, 목사 중심이라는 점이 읽힌다.
김종준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장은 지난 7일 발 빠르게 입장문을 내고 이 사건에 대해 사과하면서도 언론 보도에 대해 ‘일부 과장된 명도 없지 않다’라고 썼다.
나는 지난 13일 그런 김 총회장에게 전화를 걸어 ‘일부 과장된 면’이라고 표현한 근거가 무엇인지 묻고 답변을 요청했다. 그는 “그걸 구체적으로 표현하기는 좀 그렇다”라거나 “그건 나중에 얘기하자”며 즉답을 피했다. ‘피해를 호소하는 이들을 만나보거나 그분들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는지’를 묻자, 김 총회장은 “나는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은 건 아니다. 언론에 보도된 걸 봤다”며 “지금 조사하고 있으니 조사하면 나오지 않겠나”라고 답했다. 이후 빛과진리교회가 소속된 평양노회도 18일 교단 산하 기독신문에 성명서를 게재했다. 성명서에는 “일단 진의를 떠나 물의를 일으킴에 대하여 죄송함을 표한다”며 “빛과진리교회를 탈퇴한 제보자들의 근거로 한 일방적인 내용들에 당혹스럽지만 철저하게 살피고 조사할 것을 약속드립니다”라고 적혀 있다.
노회 관계자는 평화나무를 통해 “이 성명은 노회 서기가 썼다”고 했다. 이어 “너무 작은 일에 신경 쓰지 말라”고도 했다.
그러나 이것이 과연 작은 일일까. 총회와 노회의 성명은 수십명의 피해 제보자들을 마치 교회 불만 세력으로 규정하는 듯한 뜻을 내포하고 있는데도 말이다.
교회의 상식 밖의 훈련에 대해 “퀄리티 높은 훈련”이라고 했다가 “조사해봤더니 실제로 반인권적인 훈련이 진행됐다”며 일부 말 바꾸기를 하긴 했으나 김명진 목사는 이미 가학적인 교회의 훈련에 대해 시인했다. 그런데도 총회와 노회는 피해자들을 두 번 죽이는 성명에 대해 문제 의식조차 느끼지 않았다. 이는 총회와 노회 목사들의 인식과 수준을 드러내는 사례로 남을 것이다. 교단과 노회의 조사와 결정에 많은 사람들이 큰 기대를 걸지 않고 반신반의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빛과진리교회 피해 제보자들은 현재 교회의 대응에 더욱 가슴을 치고 있다. 피해자 20여명은 이 사건을 교인간의 갈등으로 몰아가려는 듯 얕은 대응으로 교회가 지닌 문제점을 더욱 가시화하는 모습에 통탄하며 진술서를 노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누군가 내게 “보도할 거 다 한 거지?”라고 물었는데, 보도할 내용이 아직도 남았다는 건 나로서도 유감이다.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숨겼지만, 꼬리는 숨기지 못했다. 진실을 숨기려 하나, 거짓의 실마리는 이미 드러나 있는 형국이니, 김명진 목사가 교인들을 움직여 방패 삼을수록, 진실에 눈을 뜨는 교인은 더 늘어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