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안부’ 흔적 지우더니 갑자기 피해자 편에 서겠다는 통합당
검찰에 “윤미향 계좌 25년 치 추적하라” 촉구,
국정조사 및 정의연 운영진 ‘전원 사퇴’ 으름장

미래통합당이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지낸 더불어민주당 윤미향 당선인과 정의연에 대한 회계 부정 의혹이 제기되자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며 발끈하고 나섰다. 과거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 시절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명예 회복에 미온적이던 태도와 비교하면 상당히 적극적인 모습이다.

당내에는 자체적으로 ‘위안부 할머니 피해 진상규명 태스크포스(TF)’까지 구성하며 검찰에 윤 당선인의 계좌 추적을 촉구했고, “집권여당의 방해에도 끝까지 실체적 진실을 규명할 것”이라며 국회 차원의 대대적인 국정조사 진행도 엄포했다.

이러한 통합당의 행보는 21대 국회 개원을 앞두고 윤 당선인의 의혹을 발판 삼아 대여 투쟁력을 한껏 끌어올리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이제와 “피해자 중심” 외치는 통합당
곽상도 “검찰, 1995년부터 윤미향 계좌 추적하라”

통합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5일 ‘위안부 진상규명 TF’ 위원들에게 임명장을 수여한 뒤 “검찰 수사가 진행되고 있지만 정치권에서 마냥 손 놓고 있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했다”며 “철저히 피해자 중심으로 피해자 입장에서 모든 의혹을 들여다볼 것”이라고 말했다.

이종배 정책위의장은 “정의연과 윤 당선인의 변명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식 변명이다. 피하기 위한 말 바꾸기식 변명으로 일관되는 것을 보면서 친문(친문재인) 핵심 인사들의 행태가 생각난다”고 맹비난했다.

TF 위원장을 맡은 곽상도 의원은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정대협)와 정의연이 자신들의 운영 방침에 반대한 ‘위안부’ 피해자는 기림비 명단에서 배제했다고 주장하며 “할머니들을 돈벌이와 기부 수단으로 이용해왔다”, “자신들의 존립과 사리사욕을 위해 운영한 두 단체 운영진들은 전부 사퇴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곽 의원은 또 지난 1992년 정대협이 ‘정신대 할머니 생활기금모금 국민운동본부’를 설립해 모금 활동을 전개한 것을 거론하며 “1995년도에 윤 당선인은 경기 수원시 송죽동에 있는 빌라를 매수했다. 검찰은 이때부터 계좌 추적에 나서달라”고 촉구했다. 그는 “필요하면 국정조사도 할 것”이라며 윤 당선인의 지난 30년 ‘위안부’ 운동이 모두 국정조사 대상이 될 수 있다고까지 으름장을 놓았다.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위안부’ 흔적 지운 박근혜 정부
일본 눈치에 ‘위안부’ 피해자 기림 국가기념일 지정 가로막은 새누리당
한일 합의 뒤 피해자 명예 회복에서 ‘손 뗀’ 새누리당 출신 장관

이처럼 갑자기 ‘위안부’ 피해자 편에 서겠다는 통합당의 태도는 그동안 피해자들의 호소를 등한시해온 이들의 행보를 들여다볼 때 모순적이다. 특히 2015년 피해자의 의사는 등진 채 ‘굴욕적’, ‘외교 참사’ 오명까지 붙여 온 한일 ‘위안부’ 합의 감행 뒤, 외교적 문제를 이유로 가해국인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피해자의 명예 회복에 대한 논의조차 머뭇거린 것이 과거 통합당이다.

2015년 당시 집권 여당이던 새누리당(통합당 전신)은 국회가 매년 8월 14일을 ‘위안부’ 피해자 기림 법정 기념일로 지정하려 시도한 것을 2년 넘게 방해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한 한일 간의 협의를 지켜보자”며 논의를 꾸준히 미룬 것이다.

야당인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이 “박근혜 정부가 친일 정부가 아니라면 ‘위안부’ 기림일 법안은 추진돼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지만 새누리당은 국회 여성가족위원회 법안 소위원회에 해당 법안을 상정하는 것조차 수차례 반대했다.

결국 그해 끝자락인 12월 28일 박근혜 정부는 한일 ‘위안부’ 합의에 사인했고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에 대한 논의는 진척 없이 무산됐다. ‘위안부’ 피해자 기림일의 국가기념일 지정은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에야 가시화됐다.

피해 당사자의 의사는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은 채 졸속으로 결의한 한일 ‘위안부’ 합의에도 새누리당은 “역대 어떤 정부도 이루지 못한 외교적·역사적 성과”라며 고조된 분위기를 보였다.

일본 정부의 사과 몫으로 합의문에 명시한 ‘10억엔’을 두고도 김정재 당시 원내대변인은 “조속히 출연해야 한다”며 “대다수 피해 당사자들이 바라는 지원을 무효화하고 ‘위안부’ 합의를 재협상하는 것은 그분들에 대한 상처 치유와 명예 회복을 하지 말라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박근혜 정부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으로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더 이상 거론하지 않겠다’고 합의한 뒤 새누리당의 진상규명 발목잡기는 더욱 노골화됐다.

2016년 새누리당 비례대표 출신의 강은희 전 여성가족부 장관은 인사청문회에서 한일 ‘위안부’ 합의에 대해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의 깊은 상처가 치유되기엔 너무 오랜 시간을 끌어왔다. 정부로서 최선을 다한 결과”라며 “상처가 깊어서 어떤 보상도 만족스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취임한 강 전 장관은 그해 ‘위안부’ 기록물의 유네스코 세계기록 유산 등재사업을 위해 배정된 여가부 예산 4억 4천만 원을 집행하지 않았고 이듬해 몫의 관련 예산마저 전액 삭감했다. 민간단체 국제공조 활동 및 기념사업지원 예산 3억 원 또한 모조리 삭감하는 행보도 이어갔다.

야권으로부터 “정부가 일본의 눈치를 보느라 예산을 배정하고도 집행하지 않은 것 아니냐”는 지적이 빗발쳤지만 정부와 새누리당은 “유네스코 등재사업은 정부 차원에서 더 이상 지원이 필요 없다고 판단했다”며 “민간단체가 할 일”이라고 반박했다.

그 뒤로도 박근혜 정부 여가부는 사실상 ‘위안부’ 관련 사업에서 손을 뗐다. 5억 원의 정부 예산이 투입된 ‘위안부’ 백서 제작은 차일피일 미루다 하지 않았고, 이후에 ‘박근혜 정부 정책 백서’를 발간하며 ‘위안부’ 합의에 대해 “역사적으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획기적인 진전이며 대통령의 강한 의지가 있어 가능했다”고 자화자찬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2016년 발행된 초등학교 6학년 사회 교과서(국정교과서)에서 ‘위안부’ 단어와 사진을 삭제한 것도 박근혜 정부의 행적이다. ‘위안부’ 피해자를 형상화한 ‘평화의 소녀상’ 국내·외 건립에 대해서는 새누리당이 정부를 대변해 앞장서서 ‘묻지 마’ 반대하거나 “한일관계를 해치기 위한 것이라면 반대”(김문수 전 의원)라는 시대착오적 발언까지 내뱉었다.

지난해에는 자유한국당(통합당 전신)이 한때 혁신위원장으로 임명한 류석춘 연세대학교 교수가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를 매춘의 일종이라고 비난해 구설에 올랐다. 최근에는 한일 ‘위안부’ 합의를 주도한 박근혜 정부 청와대 국가안보실 제1차장 출신 조태용 미래한국당 당선인이 이용수 할머니의 주장에 편승해 윤 당선인 도덕성 흠집 내기에 가담, 여권으로부터 “가짜뉴스를 확산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용수 할머니 “근거 없는 억측, 비난, 편 가르기 말라”

이용수 할머니가 제기한 윤 당선인과 정의연 운영 관련 의혹에 대해서는 민주당도 사실관계를 중심으로 ‘적극적으로 해소해야 한다’는 기조다. 국세청과 행정안전부 등 정부 부처가 정의연의 회계 오류·부정 등에 대해 냉정한 감사를, 검찰이 철저한 수사를 공언한 만큼 실체적 진실을 밝혀야 한다는 당위성에는 적극 공감한다.

기자회견을 통해 해당 의혹을 가장 먼저 제기한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이용수 할머니는 1차 기자회견 뒤 “근거 없는 억측과 비난, 편 가르기가 우리를 위해 기여할 것은 아무것도 없다”, “그동안 일궈온 투쟁의 성과가 훼손돼서는 안 된다”며 본의를 왜곡시키지 말 것을 당부했다.

하지만 이후에도 ‘위안부’ 운동을 무력화하려는 통합당의 움직임은 계속되고 있다. 통합당은 조만간 위성정당 미래한국당과 합당한 뒤에는 위안부 진상규명 TF 회의를 더 확대해 적극적으로 진행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