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홍콩 특별지위 박탈 절차 시작... WHO와 관계 끊겠다”
중국 홍콩보안법 추진에 보복 방침 천명... 미중 갈등 더욱 첨예화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의 홍콩 국가보안법(홍콩보안법) 추진과 관련한 보복 조치로 홍콩에 부여한 특별지위를 박탈하는 절차를 시작한다고 밝혔다. 또 세계보건기구(WHO)와의 관계도 끝내겠다고 선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29일(현지 시간) 백악관 로즈가든에서 기자회견을 통해 “중국이 홍콩에 고도의 자치를 보장하겠다는 약속을 어겼다”면서 “홍콩이 더는 우리가 제공한 특별대우를 보장할 정도로 충분히 자치적이지 않다는 것을 분명히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국은 약속한 ‘일국양제’ 원칙을 ‘일국일제’로 대체했다”며 “따라서 나는 홍콩의 특별대우를 제공하는 정책적 면제 제거를 위한 절차를 시작하도록 행정부에 지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어 “미국은 홍콩의 자치권 침해에 직접 또는 간접적으로 관여한 중국과 홍콩 관계자들을 제재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면서 “홍콩에 대한 국무부의 여행 주의보를 중국 안보기관의 감시와 처벌 위험 증가를 반영하도록 개정하겠다”고 밝혔다.

미국은 1992년 홍콩정책법을 제정해 홍콩이 1997년 영국으로부터 중국에 반환된 이후로도 관세, 투자, 무역, 비자 발급 등의 영역에서 홍콩을 중국 본토와 다르게 특별 대우해 왔다.

하지만 최근 중국이 전국인민대표회의(전인대)에서 홍콩 내 반정부 활동을 금지하는 홍콩 보안법 통과시키자, 트럼프 대통령이 홍콩의 특별지위 박탈을 매개로 보복 조치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뉴욕타임스(NYT)를 비롯한 미국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실제로 어느 범위만큼 특별지위를 박탈할지 등 구체적인 내용은 밝히지 않았다고 보도했다. 로이터통신은 이에 관해 홍콩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의 반발을 우려해 시간을 벌기 위한 조치라고 풀이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홍콩 특별지위 박탈 가능성 외에도 중국 지적재산권 탈취 등을 거론하며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난하는 데 대부분의 시간을 할애했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홍콩보안법 제정을 둘러싼 미국 정부의 비판과 보복 조치를 내정 간섭으로 규정하고 보복에는 보복으로 대응하겠다고 경고하고 있어 향후 미중 간의 갈등이 더욱 첨예화될 것으로 우려된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 부실 대응과 중국 편향성을 이유로 미국이 WHO와의 관계도 끊을 것이라고 발표했다.

그는 “우리는 (WHO가) 취해야 하는 개혁을 구체적으로 제시하고 직접적으로 관여했지만, 그들은 행동하길 거부했다”면서 “개혁에 실패했기 때문에 우리는 오늘 WHO와 관계를 종료하고 이들 지원금을 전 세계 다른 곳으로 돌려 긴급한 공중보건 필요에 충당할 것”이라고 선언했다.

그러면서 코로나19 바이러스를 ‘우한 바이러스’라고 지칭하며 중국이 이를 은폐로 세계적인 대유행병을 촉발했고, 중국 당국자들이 WHO 보고 의무를 무시하고 WHO가 세계를 잘못 인도하도록 압력을 가했다며 중국을 맹비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