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흑인 사망 항의 엿새째 격렬 시위... 군경 총격에 시민 1명 사망
미 전역 140개 도시로 확산... 트럼프, 연일 군대 투입 등 초강경 대응 예고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흑인 남성이 숨진 사건에 항의하는 미국 시위 사태가 엿새째 더욱 격렬하게 확산하고 있다. 또 진압 군경의 총격에 의해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것으로 알려지면서 파문이 더욱 커질 전망이다.

CNN방송 등 미 언론 보도에 따르면, 1일(현지 시간) 켄터키주 루이빌에서 한 식당을 운영하는 주민 데이비드 맥애티가 경찰과 주(州) 방위군이 쏜 총에 맞아 사망하는 일이 벌어졌다.

현지 경찰은 성명을 통해 “야간 통행 금지 명령을 어기고 모여 있는 군중을 해산하는 과정에서 누군가가 총을 먼저 발사해 경찰과 주방위군이 응사하는 과정에서 맥애티가 숨졌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유족은 맥애티는 흑인 사망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아니었다며 경찰의 총격에 무고한 시민이 희생된 것이라고 반박했다. 파문이 확산하자 앤디 베셔 켄터키주지사는 주 경찰 당국에 총격 사건의 엄정한 조사를 요청했다고 말했다.

지난 25일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에서 백인 경찰의 무릎에 목이 짓눌려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 사망한 사건에 항의하는 시위 사태가 진정될 기미가 없이 미 전역으로 확산하는 상황이다.

항의 시위는 미국 140여 도시로 번졌고 시위 진압을 위해 26개 주가 주 방위군을 소집했고 주방위군을 투입한 지역도 21개 주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약탈과 방화 사건이 잇따르고 있는 로스앤젤레스(LA) 한인타운에도 캘리포니아주 방위군을 배치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대부분 평화적인 시위에도 불구하고 특히 밤이 되면서 곳곳에서 경찰차가 불타는 등 방화를 동반한 폭력 시위가 이어졌고 총격 사건까지 잇따르며 현재까지 최소 5명이 숨졌다. 현재까지 약 4천 명 이상의 시위대가 체포됐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뉴욕 등 40개의 주요 도시에 야간 통행금지령이 발동됐지만, 시위대는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뉴욕, 워싱턴D.C. LA 등 주요 도심의 밤거리를 가득 메웠다. 워싱턴주 등에서는 시위대가 플로이드가 목이 눌린 8분 46초에 대한 항의 표시로 같은 자세를 취하기도 했다.

미국 워싱턴주에서 1일(현지 시간) 경찰 강경 진압에 항의하는 시위대가 조지 플로이드가 목이 눌린 8분 46초 동안 같은 자세를 취하면 항의 시위를 벌이고 있다.

LA에서는 명품 상점이 즐비한 베벌리힐스 로데오 거리 등지에서 약탈과 방화가 일어난 데 이어 전날도 LA 외곽 롱비치와 산타모니카에서 격렬한 시위가 벌어지고 쇼핑센터가 털리는 등 수백 명이 체포됐다.

현지 경찰과 강렬한 충돌을 빚은 뉴욕에서도 빌 더블라지오 뉴욕 시장이 시위대를 향해 평화로운 집회를 촉구했지만, 뉴욕 시장 딸이 전날 시위에 동참했다가 경찰에 체포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미국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봉쇄 해제를 통해 경제 활성화를 시도했지만, 흑인 사망을 규탄하는 대규모 항의 시위에 직면하면서 주요 도시의 거리와 상점들이 다시 ‘록다운’ 상황을 맞이했다고 미 언론들은 전했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도 주지사들과 화상회의에서 시위에 참여한 사람들을 ‘인간 쓰레기’라고 부르면서 초강경 대응을 촉구했다. 그는 주지사들에게 “여러분은 사람들을 체포하고 추적하고 10년간 감옥에 보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도 마크 밀리 합참 의장을 폭력 대응 책임자로 두고 있다고 말해 상황이 악화하면 미국 연방 정규군을 시위 현장에 투입하겠다는 의지를 재차 피력했다.

하지만 미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연일 시위대를 향해 ‘얼간이’ 등의 막말을 사용하며 ‘급진 좌파’ 등 색깔 공세를 취하고 있는 것이 더욱 시위 사태를 악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