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연 “고인, 검찰 압수수색 이후 심리적 힘듦 호소...쉼터 나서지도 못해”
7일 부고 성명 발표 “너무나 비통한 마음...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들이 우선이었던 분”
일본군 성노예제 문제 해결을 위한 정의기억연대(이하, 정의연)가 6일 작고한 일본군 '위안부' 생존자 쉼터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에 대한 부고 성명을 내고 "고인에 대한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달라"고 언론에 호소했다.
정의연은 7일 '평화의 우리집 손영미 소장님의 명복을 빕니다'라는 제목의 부고 성명을 내고 "고인이 6일 낮 파주 자택에서 영면에 드셨다. 고인을 갑작스레 떠나보내게 되어 너무나 비통한 마음"이라고 전했다.
정의연 측은 고인의 최근 상황에 대해 "정의연을 둘러싸고 일어나는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하셨다. 특히 검찰의 급작스런 '평화의 우리집' 압수수색 이후 자신의 삶이 송두리째 부정당하는 것 같다며 심리적으로 힘든 상황을 호소하셨다"고 전했다.
이어 "무엇보다 언론의 과도한 취재 경쟁으로 쏟아지는 전화와 초인종 벨소리, 카메라 세례로 불안한 하루하루를 보내고 계셨다"라며, "항상 밝게 웃으시던 고인이 쉼터 밖을 제대로 나가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고 설명했다.
정의연 측은 이와 관련해 언론의 무분별한 취재를 자제해줄 것을 촉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한 생을 피해자들에게 헌신한 고인을 위해서라도, 불필요한 관심과 억측을 멈춰달라. 유족들과 주변인들, 정의연과 쉼터 '평화의 우리집', 고인의 자택 등을 향한 인권침해적인 무분별한 취재경쟁을 중단해달라"라며 "고인의 명예를 위해 부디 카메라와 펜을 내려놓고 고인의 삶을 차분히 되돌아 봐 주시라"고 재차 호소했다.
또 정의연은 손 소장이 걸어온 길을 되짚으며, "심성이 맑은 분이셨고, 정성과 헌신으로 언제나 자신보다 할머니들이 우선이셨던 분"이라고 회고했다.
이어 "고인께서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쉼터 '평화의 우리집' 일을 도맡아 오셨다. 고인은 개인의 삶은 뒤로 한 채 할머니들의 건강과 안위를 우선시하며 늘 함께 지내오셨다"라며 "기쁜 날에는 할머니들과 함께 웃고, 슬픈 날에는 할머니들을 위로하며 그렇게 할머니들의 동지이자 벗으로 그리고 딸처럼 16년을 살아오셨다. 최근에도 함께 생활하시던 길원옥 할머니의 건강만을 생각하셨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먼저 가신 고인의 부모님, 함께 생활한 이순덕·김복동 할머니 등과 함께 하늘나라에서 생전의 미소 그대로를 보여주실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밝혔다.
한편, 경찰은 6일 저녁 손 소장이 경기도 파주시 소재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고 밝혔다. 경찰은 현장에서 유서는 발견하지 못했고, 휴대전화는 확보했다고 전했다.
경찰 관계자는 "외부 침입 흔적 등은 없다. 전날 오전 손 씨 혼자 귀가하는 모습이 촬영된 아파트 CCTV 영상 등을 확보했다"라며 "현재로선 타살 혐의점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7일 오전 유족 조사를 마쳤으며, 이후 손 소장의 사인을 밝히기 위해 유족 동의를 얻어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서 부검을 진행할 계획임을 밝혔다.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어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하면, 자살예방상담전화 1393, 생명의 전화 1588-9191, 청소년 전화 1388에서 24시간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