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업계 강타한 ‘백종원 효과’... 지금은 ‘백종원시대’?
‘못난이 감자’·‘왕고구마’이어 ‘다시마’까지... 기업 이미지에 주가도 ↑

지난 4일 SBS 예능프로그램 ‘맛남의 광장’에 출연 중인 백종원 더본코리아 대표가 함영준 오뚜기 회장에게 전화를 거는 모습이 전파를 탔다.

백 대표는 전화를 받은 함 회장에게 완도 다시마 소비 촉진에 동참해줄 것을 제안했다. 그리고 함 회장도 이를 흔쾌히 받아들였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이 방송 다음 날인 5일부터 오뚜기의 주가가 연일 고공행진을 하기 시작했다. 4일 종가 기준 56만8,000원이던 오뚜기의 주가는 5일 57만1,000원, 8일 58만1,000원, 9일 58만6,000원, 10일 59만원을 기록하며 일주일째 성장세를 이어갔다.

백 대표의 제안으로 완도산 다시마 2개를 넣어 만든 한정판 오뚜기 ‘오동통면’ 역시 큰 인기를 끌었다. 방송 당일 출시된 이 제품은 이틀만에 준비된 수량 2만개가 완판됐다. 2005년 출시된 오동통면이 그동안 농심 너구리에 밀려 제대로 주목받지 못했던 점을 감안하면 놀라운 성과였다. 백 대표와 오뚜기의 합작으로 오동통면이 소비자들에게 주목을 받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이 같은 현상을 두고 언론은 ‘백종원 효과’라고 부른다. 대중적인 이미지와 함께 여론의 신뢰를 받는 백 대표가 농가와 소비자들을 이롭게 하는 선순환구조를 만들어 냈다는 평가에서다. 게다가 여기에 동참한 기업 역시 좋은 이미지를 구축하면서 주식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끌어냈다.

유통업계 역시 ‘백종원’ 효과를 인정하는 분위기다. 11일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백종원 대표가 만들어 내는 현상을 살펴보면 더 이상 ‘백종원 효과’라는 말을 부인할 수 없을 것 같다”며 “업계의 예상보다 훨씬 더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백종원 효과’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과 올해 4월 백 대표는 같은 방송에서 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에게 강원도 '못난이 감자' 300톤과 해남 '왕고구마' 300톤의 재고 해소를 요청했다. 당시 정 부회장은 이를 사들여 이마트와 SSG닷컴 등을 통해 판매했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뜨거웠다. 못난이 감자는 판매 시작 이틀 만에 모두 동났다. 왕고구마 역시 순식간에 전량 판매를 마쳤다. 이날 이마트 주가도 전일 대비 1.3% 오른 11만8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계에서는 이마트의 백 대표와 함께 ‘착한소비’에 나선 것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다고 봤다.

광고 모델로서의 ‘백종원 효과’도 탁월했다. 오뚜기가 지난 3월 선보인 ‘진비빔면’은 백 대표가 TV광고 모델로 출연해 출시 때부터 큰 관심을 모았다. 그리고 관심은 소비자들의 선택으로 이어졌다.

오뚜기에 따르면 진비빔면은 출시한 지 두 달만에 판매량 2,000만개를 돌파했다. 비빔면 시장 점유율 65%를 차지하는 팔도비빔면이 지난 한 해 동안 약 1억1,500만개를 판매했다는 점을 감안하면 절대 적지 않은 양이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물론 오뚜기가 좋은 제품을 만들었기 때문에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은 것이 맞다”면서도 “백종원이라는 모델이 있었기에 소비자들의 관심과 선택을 받았다는 것도 부인할 수는 없다”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국내 맥주업계 1위인 오비맥주도 자사의 주력 제품인 ‘카스’의 모델로 백 대표를 발탁했다. 이달 1일에는 디지털상에 광고 영상은 공개해 큰 관심을 끌었다.

또 오비맥주는 지난 3월 카스의 광고모델로 백 대표를 선정한 후 백 대표의 맥주와 음식에 대한 전문지식을 활용한 마케팅을 선보이기도 했다. 총 4편의 에피소드로 제작된 온라인 맥주 클래스 ‘알짜 맥주클라쓰’는 카스의 공식 유튜브 채널에 공개되자마자 화제가 됐다. 백 대표와 개그맨 양세형·양세찬 형제가 함께하는 ‘알짜 맥주클라쓰’는 이날 기준 유튜브에서 1,300만뷰 이상의 조회수를 기록 중이다.

한 주류업계 관계자는 “카스 광고 영상을 봤는데,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백종원씨를 모델로 선정해 소상공인들에게 격려하는 메시지 전하는 컨셉은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면서 “업계 1위인 오비맥주와 백종원씨의 만남이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 궁금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