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 공공배달앱과 무엇이 다를까
10개 배달플랫폼사 손잡은 ‘제로페이 유니온’... 배달중개수수료 2%로 소상공인 지원

국내 배달앱 시장에 새로운 형태의 배달앱이 등장했다. 서울시가 중소규모의 민간 배달앱들과 손잡고 저렴한 중개수수료로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배달앱 조합’을 출범한 것이다.

서울시가 적극적으로 나선 만큼 ‘공공배달앱’으로 비춰질 수도 있다. 하지만 실제 운영 구조를 들여다보면 공공배달앱과는 전혀 다르다. ‘운영 주체’와 ‘예산투입 여부’, ‘공공의 민간시장 개입 여부’ 등에서 기존의 공공배달앱과는 큰 차이를 보인다.

지난 25일 서울시는 일부 업체가 배달시장을 과점하면서 높은 배달 중개수수료로 고통받는 소상공인을 지원하기 위해 페이코, 놀장, 먹깨비, 멸치배달, 만나플래닛, 로마켓, 주피드, 띵동 등 10곳의 중소 배달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다. 제로배달 유니온의 배달 중개수수료는 2% 이하다.

제로배달 유니온의 핵심전략은 서울시와 민간 배달앱, 소상공인이 모두 ‘윈윈’하는 것이다. 우선 서울시는 MOU를 체결한 배달앱에서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 결제가 가능하도록 했다. 제로페이의 활용도를 높이는 효과를 거둔 것이다.

배달앱 플랫폼사는 신규 결제 수단을 확보한 것은 물론 기존의 제로페이 가맹점을 비교적 손쉽게 입점시킬 수 있게 됐다. 중소규모의 배달앱 플랫폼사들이 가맹점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을 소모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에 따르면 현재 제로페이 가입자는 120만명까지 확대됐다. 제로페이 사용이 가능한 가맹점도 25만개에 달한다.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에 e-팜플렛 가입 안내문을 발송하고, 배달앱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가맹 가입과 배달앱 프로그램 설치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큰 비용 없이 소비자와 가맹점을 확보할 수 있게 된 배달앱 플랫폼사들은 배달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설정해 입점한 소상공인들의 부담을 낮추기로 했다.

서울시는 “배달 플랫폼사의 광고료, 수수료를 합한 가맹점 부담이 6~12%인 점을 고려하면 4~10% 가까이 수수료가 낮아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민간 배달앱이 운영 주체인 ‘제로배달 유니온’... 예산 투입 필요 없어

제로배달 유니온은 기존의 공공 배달앱과는 성격이 다르다. 공공배달앱은 말 그대로 서비스 주체가 공공이다. 하지만 제로배달 유니온은 민간 배달앱이 주체가 된다. 서울시는 배달앱과 제로페이 가맹점을 연결하는 중재자 역할만 한다.

공공이 민간시장 경쟁에 개입하는 상황도 발생하지 않는다. 추후 시장 경쟁은 민간 배달앱상호간에만 이뤄지게 된다.

서울시 예산이 들어가지 않는 점도 공공배달앱과의 큰 차이다. 기존의 공공배달앱은 지자체 차원의 공공 예산을 투입해 배달앱을 개발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이후 유지·보수 등을 위한 운영비용과 마케팅 비용 등을 위해 매년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

전북 군산시가 운영하는 '배달의명수'의 경우 앱 개발에 약 1억3,400만원이 들어갔다. 이후 앱을 위탁 운영하면서 연간 1억5000만원의 예산을 지원하고 있다.

반면 제로개발 유니온은 기존의 민간 배달앱을 그대로 이용하는 만큼 별도의 비용 발생이 없다. 결제 수단에 제로페이를 추가하는 구축 비용도 배달앱 플랫폼사들이 부담한다. 추후 운영과 경쟁을 위한 마케팅 역시 민간 배달앱들의 몫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제로배달 유니온과 공공배달앱의 가장 큰 차이는 지자체의 예산이 ‘들어가느냐 마느냐’에 있는 것 같다”면서 “제로배달 유니온은 서울시 예산이 들어가는 게 없으면서도 일부 업체의 과점으로 인한 소상공인들의 높은 수수료·가맹비용 부담을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추후 서비스 지역 확장 가능성에서도 차이를 보인다. 현재 운영 중인 공공배달앱 '배달의명수'의 경우 서비스 지역이 군산으로 한정된다. 타지역으로 서비스를 확대를 위해서는 군산시의 대대적인 예산 투입이 불가피하다. 배달의명수만의 경쟁력 중 하나인 지역화폐 적극 활용을 위한 타 지자체와의 협업도 필수다.

이에 반해 제로배달 유니온은 민간 배달앱이 서비스의 주체인 만큼 지역을 확대도 가능하다. 서울시 관계자는 “타 지자체와의 제휴를 통해 연계만 가능하다면 서비스 지역을 확대하는 데 큰 무리는 없을 것”이라며 “민간 배달앱들이 주체로 운영되는 만큼 시에서 별도로 예산을 투입해야 할 필요도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