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 화장실 자주 가더라?” CCTV로 일거수일투족 감시하는 사장님들
CCTV영상 근거로 이용해 해고까지...개인정보법 위반 요소

아파트에서 청소일을 하고 있는 A씨는 최근 근무 중에는 화장실도 제대로 이용하지 못하고 있다. 아파트 관리사무소에서 CC(폐쇄회로)TV를 이용해 직원들이 몇 번이나 화장실을 가는지까지 확인하고 "너무 많이 간다"고 지적하고 있기 때문이다. 덕분에 A씨는 방광염으로 병원 치료를 받아야 할 지경이라고 호소했다.

시민단체 '직장갑질119'는 '정보보호의 날'(7월8일)을 앞둔 7일 A씨의 경우처럼 CCTV를 이용해 부당하게 노동자들을 감시한 'CCTV 노동 감시' 사례를 공개했다.

공개된 사례 중에는 사측이 CCTV를 통해 직원들의 쉬는 시간까지 간섭하면서 실시간으로 직원들에게 근무태도를 지적하는 사례도 있었다.

B씨가 일하는 한 병원에서는 '도난방지용'을 이유로 환자 탈의실을 제외한 모든 공간에 CCTV를 설치한 이후 점심시간에 쉬는 직원에게 "쳐 자빠져 잔다"는 카카오톡 메시지가 날아오는 등 실시간으로 감시했다. 환자가 없는 시간에 휴대전화를 들여다 본 직원에게는 시말서를 쓰라는 징계까지 내렸다.

심지어 CCTV영상을 이용해 해고하는 사례도 있었다.

대표이사의 가족들이 운영하고 있는 한 가족회사는 "일을 못 한다"는 이유로 직원 1명을 일방적으로 해고했다. 해당 직원이 "근거가 뭐냐"고 항의하자, 대표이사의 부인은 CCTV영상을 캡처한 것을 보여주며 "잡담한 증거"라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이같이 CCTV를 이용한 갑질에 대한 제보가 2017년 11월 출범 이후 100건이 넘는다고 설명하면서 "정부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직장인들이 영화 트루먼쇼처럼 CCTV의 노예가 되어 일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과거와 달리 10만원 정도 가격에 스마트폰으로 24시간 감시할 수 있는 CCTV가 보급되면서 악질 사용자들이 직원을 감시하고, 약점을 잡아 해고시키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다"고 말했다.

제보된 사례처럼 CCTV를 통한 직원감시는 개인정보보호법에 위배되는 불법행위다.

개인정보보호법은 공개된 장소에 CCTV를 설치할 경우, 그 목적을 범죄·화재 예방, 교통단속 및 교통정보 수집·분석 등으로 한정하고 있다.

이를 어겨 목적과 다르게 CCTV를 임의로 조작하거나, 다른 곳을 촬영하거나 녹음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고 있다. 또 CCTV 운영을 인식할 수 있도록 안내판을 설치하지 않으면 5천만원 이하의 과태료를 물릴 수도 있다.

사무실 같은 공개되지 않은 장소에 CCTV를 설치하는 경우라고 하더라도 CCTV가 비추는 사람에게 설치에 대한 동의를 받지 않았다면 5000만원 이하 과태료가 부과된다.

문제는 대부분의 CCTV를 이용한 갑질이 '공개되지 않는' 사무실에서 이뤄지는 만큼 노동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이를 노동자가 거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직장갑질119'는 "현행법에 따르면 노동자 개인의 개인정보 수집 동의를 받아야 한다는 것 외에는 제재가 없는 상황"이라며 "어떤 노동자가 동의를 요구하는 것에 거부를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이에 '직장갑질119'는 사업장 내 CCTV 설치·운영을 원천 금지하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김하나 변호사는 "근로기준법 개정을 통해 사용자가 사업장 내에 근로자를 지켜보거나 감시할 목적으로 영상정보처리기기를 설치·운영하는 것을 금지한다는 조항을 명확히 신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직장갑질119는 "현재 개인정보보호법 주무 부처는 행정안전부로, 고용노동부는 CCTV를 이용한 노동감시가 노동관계 법령 위반 행위가 아니라는 이유를 들이대며 '강 건너 불구경'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CCTV로 직원을 감시해 고통을 주거나 근무환경을 악화시킨 사용자는 노동청에서 직접 신고를 받고, 근로감독을 통해 법 위반 사실을 확인, 처벌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