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로배달 유니온’에 ‘공공배달앱’까지... 배민·요기요 대항마 될까
일부 업계 관계자 “배민 기업결합심사에 긍정적인 영향 미칠 수도” 우려

배달의민족·요기요·배달통이 점유율 99%를 차지하고 배달앱 시장에 새로운 경쟁자들이 등장하고 있다. 서울시가 민간 배달앱과 손잡고 출범한 ‘제로배달 유니온(제로배달)’과 오는 10월 정식 서비스를 앞둔 경기도 ‘공공배달앱’이 바로 그것이다.

서울시 제로배달과 경기도 공공배달앱의 출범은 배달앱 시장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가 추진하는 만큼 기존 배달앱에 비해 중개수수료가 낮은 데다, 가맹점을 확보하는 데도 비교적 수월할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제로배달의 중개수수료는 2% 이하다. 경기도 공공배달앱은 아직 중개수수료가 확정되진 않았지만, 기존의 공공배달앱 중개수수료와 비슷한 수준인 2~3%대로 책정될 것으로 보인다.

9일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일부 업체가 독점하고 있는 배달앱 시장에 신규 배달앱이 자리 잡기 위해서는 가맹점 확보가 필수”라며 “지금처럼 지자체가 나서 가맹점 확보를 지원한다면 어느 정도 긍정적인 효과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체 배달앱 시장 매출에서 서울, 경기 지역이 차지하는 비중이 매우 큰 만큼 독과점 형태의 배달앱 시장 점유율에 유의미한 변화가 나타날 수도 있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배달앱 업계에 따르면 지역별 매출 현황은 공개되지 않고 있지만, 통상 지역별 인구수에 비례한 매출이 발생하고 있다. 2020년 6월 기준 서울시 전체 인구는 972만여명, 경기도는 1333만여명에 달한다. 한국 인구수가 약 5,178만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전체 인구수의 44.5% 수준이다.

2%이하 중개수수료+제로페이 결제까지... 박원순표 ‘제로배달 유니온’
서울시는 지난달 25일 페이코, 놀장, 먹깨비, 멸치배달, 만나플래닛, 로마켓, 주피드, 띵동 등 10곳의 중소 배달앱과 업무협약(MOU)을 체결하고 ‘배달앱 조합’ 형태 ‘제로배달 유니온’을 출범했다.

서울시와 민간 배달앱이 체결한 MOU는 배달앱 내 결제수단에 서울시 지역화폐인 서울사랑상품권(제로페이)를 추가하는 것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이로써 서울시는 제로페이의 활용도를 더욱 넓힐 수 있게 됐다. 배달앱 플랫폼사도 새로운 결제 수단을 확보하게 된 것은 물론 기존의 제로페이 가맹점을 입점시킬 수 있게 됐다.

지난 6월 기준 서울시 제로페이 가입자는 120만명까지 확대됐다. 제로페이 사용 가능 가맹점도 25만개까지 늘었다. 중소규모의 민간 배달앱들과 MOU를 체결한 서울시는 제로페이 가맹점에 e-팜플렛 가입 안내문을 발송하고 배달앱 가입을 희망하는 업체에 대해서는 가맹 가입과 배달앱 프로그램 설치 등을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통상 가맹점 확보를 위해 많은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제로배달 유니온 배달앱들의 경우 마케팅 비용을 크게 낮출 수 있는 효과를 거두게 된 셈이다. 이에 따라 서울시와 제로배달 유니온은 입점 업체들에 대한 중개수수료를 2% 이하로 낮추기로 뜻을 함께했다.

한 배달앱 업계 관계자는 “배달앱 처음 출시돼 가맹점을 모아 자리를 잡는 데까지는 엄청난 마케팅 비용이 소모된다"면서 "그런데 서울시가 나서 안정적으로 가맹점을 확보해 준다면 이들(제로배달 유니온)로서도 손해를 보지 않는 장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경기도, ‘공공개발앱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NHN페이코 선정
... 페이코 “가진 인프라와 영업망 총동원”

지난 6일 공공배달앱 구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완료한 경기도도 어렵지 않게 가맹점을 확보할 것으로 보인다.

경기도도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겠지만,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NHN페이코’ 컨소시엄 역시 가진바 총력을 기울여 가맹점 확보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NHN페이코 컨소시엄은 경기도 ‘공공배달앱 구축사업’ 모집 공고 당시 가진 인프라와 영업망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로 했다. 간편결제 서비스인 페이코를 이용하는 업체들의 공공배달앱 입점을 적극 장려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페이코가 가맹점에 설치해 둔 포스 등도 공공배달앱과 공유한다.

공공성 강화를 위한 전략적 투자도 약속했다. NHN페이코 컨소시엄은 이번 사업 중 ‘앱 개발’에 소요되는 비용을 전액 부담하기로 했다.

공공배달앱 사업을 주도하고 있는 경기도 산하 코리아경기도주식회사 관계자는 “간편결제 시장에서 가장 큰 영역을 구축하고 있는 페이코가 가진 인프라와 영업망을 이용한다면 공공배달앱이 시장에 안착하는 데 큰 어려움은 없을 것”이라며 “일부 업체들이 독점한 배달앱 시장에서도 충분히 유의미한 결과를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배달앱 업계 “배민 기업결합심사에 긍정적인 영향 미칠 수도” 우려

다만 일부 배달앱 업계에서는 오히려 서울시 제로배달 유니온과 경기도 공공배달앱 출범이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심사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하기도 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배민과 요기요의 기업결합심사 핵심은 시장획정 부분인데, 서울시와 경기도가 나서면서 경쟁 충분히 가능하다는 오해를 불러일으켜 기업결합이 허용될 수 있다”며 “배민과 요기요 입장에서는 오히려 환영할만한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낮은 중개수수료와 가맹점 확보만으로 배민과 요기요를 견제하기란 사실상 어렵다”며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아야 하는데, 배민과 요기요가 각종 할인행사와 쿠폰 지급 등 대대적인 마케팅을 진행하고 있다. 제로배달 유니온이나 공공배달앱이 배민이나 요기요만큼 투자를 지속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경기도의 예산으로 운영될 공공배달앱과 달리 민간 배달앱이 운영할 제로배달 유니온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회의적인 반응도 나왔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당장은 마케팅 비용 아껴 2% 이하의 중개수수료로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운영에 압박을 느낄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언제고 다시 중개수수료를 인상해야 할 상황이 올 텐데 그땐 어떻게 대처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