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여름휴가’... ‘해외여행’ 지고 ‘홈캉스·호캉스’ 뜬다
코로나19 여파에 ‘언택트’ 문화 확산... 여름휴가 트렌드 바뀐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여름휴가의 트렌드가 바뀌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유행하는 코로나19 탓에 해외여행은 불가능해졌고, 다른 사람과의 접촉이 최소화되는 ‘언택트(비대면)’ 문화가 확산하고 있다.
실제 여름 휴가를 계획하는 사람도 크게 줄었다. 지난 20일 취업포털 플랫폼 잡코리아에 따르면 직장인 2,056명을 대상으로 ‘올해 여름휴가 계획 여부’를 묻자 “휴가를 다녀올 계획”이라는 응답은 53.2%에 그쳤다. 작년 같은 시기 여름휴가 계획이 있다는 응답이 69.7%였던 점을 고려하면 16.5%p나 감소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해외에 나가지도 않으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접촉을 최소화할 수 있는 ‘호캉스(호텔과 바캉스의 합성어)’와 ‘홈캉스(홈과 바캉스의 합성어)’, ‘차박(차와 숙박의 합성어)’ 등이 여름휴가를 대표하는 문화로 자리 잡고 있다.
그렇다고 호캉스나 바캉스, 차박 등의 용어가 최근 들어 생겨난 건 아니다. 과거 일부 사람들의 여름휴가 형태를 나타내는 단어였지만,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문화가 확산하며 주류 문화로 떠올랐다.
내 집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홈캉스’...
집에서 캠핑 분위기 내는 ‘홈캠핑’도 관심도 높아
#서울시 영등포구에 사는 직장인 김모(38)씨는 “이번 여름 휴가 기간엔 바캉스를 떠나기보다 집에서 밀린 드라마와 바빠서 못 봤던 영화
등을 몰아보며 휴식을 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김씨는 “아이가 아직 어려 여름휴가를 가기 부담스럽다”며 “가족과 함께 집에서 캠핑하는
홈캠핑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애초 무더운 여름이면 지친 일상과 스트레스를 날리기 위해 휴가를 떠나는 게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코로나19로 인해 밀집도가 높은 공간은 다른 사람과의 접촉 등으로 인한 감염 우려가 높아 많은 사람이 휴가를 포기하고 있다. 홈캉스는 이런 비대면 트랜드에 맞춰 집에서 여름 휴가를 보낸다는 의미다.
이런 홈캉스족을 잡기 위한 유통업계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롯데백화점은 홈캉스족을 위한 맞춤형 상품을 특가에 내놓는 행사를 지난 17∼21일까지 진행한 바 있다.
CU는 해외여행을 떠나지 못해 아쉬워하는 사람들이 집에서 즐길 수 있는 항공 기내식 콘셉트의 ‘기내식 도시락 시리즈’를 론칭하기도 했다. 기내식 특유의 감성을 전달하기 위해 기존 플라스틱 용기 대신 알루미늄 용기를 사용했다.
홈캉스족이 집에서도 캠핑 분위기를 낼 수 있는 접이식 테이블과 실내 텐트 등 홈캠핑 장비들도 인기다. G마켓에 따르면 휴가 시즌 전인 지난 4월 22일부터 약 한 달간 실내 텐트와 접이식 테이블 등의 매출이 각각 39%, 49% 증가했다.
한 유통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해외여행이 불가능해지고 국내 여행지의 숙박 비용 등이 폭등하며 홈캉스로 관심을 돌리는 소비자가
차츰 늘고 있다”면서 “유통업계도 집에서 휴양지의 감성을 즐길 수 있는 홈캠핑 아이템을 꾸준히 선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호캉스 인기에 올여름 호텔 ‘반짝 특수’
... 업계, ‘호캉스족 잡기’ 총력전 나서
#성남시 분당구에 거주하는 직장인 윤모(37)씨는 “올 여름휴가를 가족들과 함께 호텔에서 보내기 위해 호텔을 예약해 뒀다”면서 “어차피 성수기에 휴가지 숙박비도 호텔비 못지않게 비싼 만큼 상시 방역이나 열화상 카메라를 통한 실시간 발열 검사 등을 거치는 호텔에서 휴가를 보낼 계획”이라고 말했다.
코로나19의 장기화로 감염 위험에 따른 위생, 청결이 중요해지면서 숙박을 호텔에서 하거나 호캉스를 즐기려는 사람들도 늘어나는 추세다. 일정 비용을 지불하더라도 방역, 검사 등이 엄격한 호텔을 선택해 안전하게 휴가를 보낸다는 계획이다.
실제 코로나19로 외국인 관광객이 급감한 호텔업계는 올여름 호캉스족들이 몰리며 ‘반짝 특수’를 누리고 있다. 한화리조트는 올해 여름 성수기인 7~8월 스위트 객실 예약률이 90~95% 수준에 달했다. 이보다 저렴한 일반 객실 예약률도 80% 수준인 것으로 나타났다.
롯데호텔이 서울 잠실에 운영하는 호텔 시그니엘 서울도 최근 주말 투숙률이 90% 이상을 기록하고 있다. 롯데호텔 제주는 코로나19에 따른 제주도 방문객 감소로 이달 현재 작년 동기 대비 75% 수준의 예약률을 기록하고 있지만, 휴가 최성수기인 8월로 갈수록 예약이 급증하고 있어 8월 초·중순 기간엔 작년 수준을 회복할 것이라고 롯데호텔 측은 설명했다.
신라호텔은 올해 휴가철 7~8월 투숙률이 6월보다 60% 증가했다. 인터컨티넨탈 서울 코엑스 역시 올해 6~8월 주중 투숙 또는 예약한 내국인 고객이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3배 이상 늘었다.
이 같은 상황에 호텔업계는 ‘호캉스족’을 잡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롯데호텔은 '가족이 즐길 수 있는 호캉스'를 테마로 각종 이벤트부터 전용 객실을 구성하기까지 가족 모두의 취향을 맞출 수 있는 객실을 선보였다. 8월 31일까지 가족 단위 고객들에게 적합한 특전으로 구성한 '패밀리 스테이케이션' 2종을 선보였으며, 오는 8월 30일까지는 '안전한 방역과 이색 호캉스'를 모토로 한 야외 수영장(맘편한POOL)을 오픈한다.
JW메리어트호텔서울도 오는 8월 31일까지 '스파클링 쿨 서머 패키지'를 선보인다. 시몬스 블랙라벨 뷰티레스트 매트리스 침대와 릴렉싱 소파, 대형 욕실에서 휴식을 취할 수 있다.
코로나19 사태로 영화 등 미디어 콘텐츠 이용 빈도가 높아진 것을 반영해 객실을 영화관으로 꾸미는 호텔도 있다. 서울드래곤시티는 특급호텔의 안락한 객실에서 영화와 드라마를 볼 수 있는 '레이지 호캉스' 패키지를 선보였다.
호텔 업계 관계자는 “요즘 여름휴가를 여행으로 보기보다 '휴식'으로 인식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고 있다”면서 “호캉스족이 점차 늘어나고
있는 만큼 가족 단위나 연인 단위 고객을 위해 다양한 프로모션을 기획 중”이라고 말했다.
여행하면서 ‘사회적 거리두기’까지 가능... 캠핑·차박 인기
# 서울 서초구에 사는 자영업자 장모(44)씨는 지난주 가족들과 캠핑카를 이용해 4박5일간 여름 휴가를 다녀왔다. 장씨는 “큰맘 먹고 장만한 캠핑카를 이용해 가족들과 여름휴가로 동해를 다녀왔다”면서 “코로나19 감염 우려가 높은 상황에서도 우린 캠핑카를 이용해 별다른 걱정 없이 잘 놀다 왔다”고 말했다.
해외여행 대신 차박이나 캠핑을 즐기려는 사람도 늘고 있다. 차에서 숙박을 해결하는 차박이나 캠핑카, 텐트 등을 이용하는 캠핑은 여행을 즐기면서도 다른 사람들과의 접촉을 최소화 할 수 있다는 장점 때문에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로 관련 업계에 따르면 코로나19가 급격히 확산한 지난 2월부터 승합차나 화물차를 캠핑카로 개조한 차량이 2,800여대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 대비 3.5배나 증가한 수치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유통업계도 발 빠르게 다양한 캠핑용 상품을 선보이고 있다. 이마트는 이번 여름 성수기 시즌 동안 전국 30개 점포에서 그늘막, 캠핑체어, 돗자리 등 도심 캠핑용품 총 1만개 물량을 한정 수량으로 선보인다. 판매 점포는 캠핑 수요가 높은 성수점, 킨텍스점, 속초점 등 전국 30개 매장이다.
대표 상품으로는 ▲라이언 그늘막·어피치 팝업 ▲피크닉체어 ▲캠핑클럽 방수돗자리 ▲체어세트 ▲캠핑침대 ▲캠핑클럽 타프 ▲트윈벤치 등이 있다.
캠핑용품 아웃도어 브랜드 ‘그라비티 캠프’는 24일부터 캠핑 초보자들도 누구나 간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 원터치형 텐트, 캠핑 테이블과 의자, 캔버스 해먹, 피크닉 매트 등을 선보인다.
캠핑장에서 쉽게 조리가 가능한 캠핑용 밀키트 세트도 나왔다. 현대그린푸드는 여름휴가 시즌을 맞아 캠핑용 밀키트 세트인 '캠밀'을 선보였다. 캠핑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고기로 미국산 채끝세트와 칠레산 돼지목살세트로 구성됐다. 각 세트는 고기 500g과 함께 샐러드와 감바스 알 아히요, 파스타, 리소토 등이 포함됐다.
대형마트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해 소비자들의 관심이 크게 늘고 있는 캠핑의 인기는 코로나19 이후에도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여름 성수기 캠핑족을 위한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