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G투자 확대 약속 안지킨 이통사…채찍 없이 “지원해 독려한다”는 정부
계획 이행 강제 안하는 과기부에 시민사회 “요금 감면으로 소비자 보호해야”
통신 3사의 올해 상반기 설비투자(CAPEX) 규모가 지난해보다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KT의 설비투자 감소폭이 두드러졌다. 당초 코로나19 극복 차원에서 투자를 확대하기로 했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KT·LG유플러스 통신 3사의 상반기 총 설비투자 규모는 3조1,916억원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 3조2,778억원보다 862억원, 2.6% 줄었다.
KT는 설비투자가 큰 폭으로 떨어졌다. KT 설비투자는 지난해 상반기 1조3,541억원에서 올해 상반기 9,673억원으로 약 28% 감소했다.
지난해 상반기 설비투자 규모가 9,169억원으로 3사 가운데 유일하게 1조원에 못 미쳤던 SK텔레콤은 올해 33.5% 증가한 1조2,244억원을 집행했다. SK브로드밴드를 포함한 연결 기준 설비투자액은 1조4,649억원이다. LG유플러스는 1조68억원에서 9,999억원으로 0.7% 줄었다.
KT는 올해 설비투자 계획(가이던스)을 달성하려면 하반기 2조원 이상을 투입해야 한다. KT 연간 가이던스는 3조1천억원이다.
윤경근 KT 최고재무책임자(CFO)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상반기는 코로나19 영향으로 5G 투자 속도에 차질이 있었다”며 “하반기에는
5G 확산을 고려해 연간 가이던스 내에서 효율적으로 투자를 집행하겠다”고 말했다.
KT가 설비투자 감소 이유로 코로나19를 든 건, 지난 3월 바이러스 확산으로 침체된 경제를 회복시키기 위해 투자를 확대하겠다고 한 것과 상반된다.
과기부는 3월 5일 박정호 SK텔레콤 사장, 구현모 KT 대표, 하현회 LG유플러스 부회장 등 통신 3사 대표가 최기영 과기부 장관과 긴급간담회를 갖고, 투자 시기를 앞당겨 상반기에 당초 계획보다 투자를 늘리기로 했다고 전했다. 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 등 4개사는 올해 상반기 총 2조7조억원의 투자를 계획했으나, 4조원 수준으로 투자 확대를 추진하기로 했다. 일반적으로 통신사 설비투자는 상반기 계획이 수립되고 하반기 집중적으로 집행되는데, 경기 회복을 위해 투자 집행 시기를 앞당긴다는 것이었다.
통신 3사와 SK브로드밴드 총 투자 규모는 3조4,321억원이다. KT의 올해 상반기 투자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면서 투자 확대 계획은 지켜지지 않았다.
5G 품질 개선도 미진하다. 통신 3사는 지난해 5G 서비스를 광고하면서 LTE보다 20배 빠르다고 강조했지만, 최근 과기부 평가 결과 3사 5G 다운로드 속도는 평균 656.56Mbps로, LTE 다운로드 속도 158.53Mbps보다 약 4배 빠른 수준에 그쳤다.
그나마도 이 속도는 5G 인프라가 구축된 장소에 한한다. 여전히 5G가 터지지 않는 건물과 지하철 구간 등이 여러 곳 남아있다. 최근 김상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방송통신위원회 등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를 근거로 실제 5G 이용시간 비율이 12~15% 수준에 그친다고 밝힌 바 있다. 5G 불용지역이 많다 보니 5G 요금제에 가입했더라도 LTE를 쓰는 것이다.
약속 안 지켜도 당근만 주는 과기부…“요금 감면 강력 촉구해야”
통신사 투자 계획은 오는 2022년까지 계획돼있다. 이 계획은 7월 열린 최기영 장관과 각사 대표의 간담회에서 논의됐다. 디지털 뉴딜 지원 차원에서 통신 4사가 5G 인프라 조기 구축에 나기로 했다. 통신사가 향후 3년간 무선·유선 통신인프라 등에 약 24조5천억~25조7천억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 발표됐다. 당시 과기부는 ‘통신사가 그간 2022년까지의 세부 투자 목표를 설정하지 않고 있었는데, 디지털 뉴딜 지원을 위해 공격적인 목표를 제시했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정부는 투자 지원 기조를 유지했다. 과기부는 이번에도 투자 세액공제와 기지국 등록면허세 감면 등 인센티브 지원 계획을 밝혔다. 5G 투자에 대한 세제 지원은 지난해 5G 상용화 준비 단계부터 이어졌는데, 지원 규모도 밝혀지지 않고 있다. 참여연대는 올해 1월 기준 기지국 수를 근거로 통신사가 5G 망투자에서 받은 혜택이 최소 40억원에 이를 것으로 보고 있다. 투자가 진행될수록 지원 규모는 커지게 된다.
정부는 투자를 독려하며 지원하지만, 통신사가 계획을 이행하지 않을 때 취할 제재 수단은 없어, ‘지원 일변도’ 정책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은옥 참여연대 민생희망본부 간사는 “정부 세제 지원이 통신사 투자 촉진 효과를 갖는지도 의구심이 든다”며 “과기부에 세제 지원 규모와 지원 효과 관련 자료를 요청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와 통신사가 발표한 계획에 따르면, 2022년이 돼야 주요 행정구역과 다중이용시설에 5G망이 구축된다. 통신사 투자 규모가 급격하게 늘지 않는 한 일부 소비자는 전국망이 구축될 때까지 불완전한 서비스를 이용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는 소비자 불만은 예견하고 있었다. 박정호 SK텔레콤 사장은 5G 상용화 직후인 지난해 4월 임원 회의에서 “LTE도 촘촘한 커버리지를 갖추기까지 수년이 걸렸다. 중요한 것은 고객과의 솔직한 소통”이라며 “5G 시대 초기 커버리지와 서비스 제반 사항 안내를 통해 고객이 정확하게 이해하고 합리적 의사 결정을 하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솔직한 소통’은 품질에 걸맞은 요금 부과로 담보할 수 있는데, 비싼 요금제를 고집하는 탓에 5G 서비스 품질에 대한 비판이 끊이질 않는다.
참여연대는 통신사가 요금 감면을 통해 불완전 서비스 이용을 보상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부를 향해서도, 실효성이 불투명한 세제 지원보다는 통신사에 요금 감면을 강제할 수단을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문은옥 간사는 “현재 정부는 통신사에 요금 감면을 요청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는데, 보다 강력한 제재를 통해 소비자 보호에 나서야 한다”며 “5G 품질과 커버리지가 완비될 때까지 요금을 감면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