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우 유튜브·단톡방·카페서 퍼지는 가짜뉴스 “보건당국, 가짜 확진자 만든다”
서초구청 “보건소 양성판정 받은 뒤 일반병원 음성판정 받은 사례 없어”
극우단체 대화방, 카페, 유튜브 채널 등에서 “보건당국이 ‘가짜 확진자’를 만들어서 8.15 집회 참석자들을 탄압하고 있다”는 식의 가짜뉴스가 퍼지고 있다. 주로 사실관계 확인이 안 되는 문자메시지를 캡처하거나 누구와의 전화통화인지 확인할 수 없는 통화내용이다. 사실 확인을 위해 해당 보건소 쪽에 문의해 봤지만 그런 사례는 없었다.
560여명이 참여하면서 주로 극우단체 집회 및 정보를 공유하는 ‘전국구국동지연합(R)’ 텔레그램 단체대화방과 우리공화당 네이버카페, 극우 유튜버 채널 등에는 지난 17일부터 보건당국이 전광훈 목사와 지난 15일 광화문 집회에 참가한 이들을 탄압하기 위해 가짜 코로나19 확진자를 만들고 있다는 가짜뉴스가 반복해서 올라오고 있다. 일각에선 이런 가짜뉴스가 공유되면서 검사 대상자들이 검사를 기피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로 공유가 된 유튜브 영상이나 글에는 “(사랑제일교회 집단감염은) 코로나 확진자를 만들어서 탄압하는 것…퍼 날라서 절대로 속지 않게 해라”라며, 방역당국을 믿지 말라고 획책하는 내용이 담겼다.
서초구 “그런 사례 없다”
최근 텔레그램 단체대화방과 네이버카페, 유튜브 채널 등엔 ‘서초 보건소 직원과의 통화~~아주 충격적!!!’(이하, A 영상), ‘코로나 양성환자 만들기, 보건소의 녹취록 공개’(이하, B 영상), ‘충격! 서초구보건소 직원과의 통화’(이하, C 영상) 등의 유튜브 영상이 올라왔다. 단체대화방의 한 참가자는 해당 영상 등을 공유하면서 “보건소의 거짓 다 드러났다. 음성자를 양성자로 만들었다. 다 구속감이다. 문재인의 하수인들이다”라고 주장했다.
18일 우리공화당 네이버카페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
18일 우리공화당 네이버카페에 올라온 유튜브 영상ⓒ우리공화당 네이버카페 자유게시판 갈무리
B 영상은 유튜브 채널 ‘시대정신연구소’가 지난 17일 게시한 영상으로, 한 여성이 보건당국에 연락해 “보건소 가서 양성이 엄청 나왔다.
그래서 한 번 더 받아봐야겠다 (싶어서) 병원 가서 다시 받았더니 음성이 나왔다는 문자를 (우리끼리) 서로 공유하고 있다. 대한민국이
완전히 엉터리다”라며 항의하는 전화통화 내용이 담겼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로 추정되는 이는 “그분들이 양성 판정을 받고 움직였다는 말인가?”, “양성판정을 받고 움직였다는 건가?”라며
반복해서 확인한다. 그러자, 여성은 “병원으로 갔다 바로! 그래서?”라고 따지듯 답한다. 이에, 보건당국 관계자가 “그러시면 안 되죠”라고
하자, 여성이 “뭐가 안 돼!”라고 소리 지르면서 한참 욕설을 퍼 붓고 끊어 버린다.
서초구 보건소 직원과의 통화라는 A 영상은 현재 삭제된 상태다. 다만, “보건소에서 양성이었지만 일반병원에서 음성으로 판정났다는 의사들의 증언이 있어야 한다”는 우리공화당 카페 댓글과 영상 제목 등으로 미루어보아, A 영상은 B 영상과 같거나 비슷한 내용으로 추정된다.
또 다른 서초구 보건소 직원과 통화한 녹취록이라는 C 영상은 유튜브 채널 ‘주사랑이은미TV’에서 게시한 것으로 B 영상과 같은 내용이다.
‘서초구 보건소’라고 기재된 A·C 영상 사례 등을 확인하기 위해 서초구 보건소 측에 문의했지만, 해당 사례는 확인되지 않았다. 서초구청 관계자는 기자와의 통화에서 “보건소에 확인해 봤지만, 우리 구는 그런 전화를 받은 적도 없고, 보건소에서 양성판정을 받은 뒤 다른 병원에서 음성판정을 받았다는 사례도 없다”며 “상식적으로 (말이 안 된다)”라고 말했다.
‘전국구국동지연합(R)’ 텔레그램 단체대화방에는 이 같은 영상뿐만 아니라, 내용 확인이 안 되는 문자메시지 캡처 화면이 공유됐다. “사랑제일교회 장로님과 전도사님 부부가 보건소에서 확진 받고 백백원에서 재검했는데 음성판정 오늘저녁 7시에 나왔습니다. 설마설마했는데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보건소 검사에서 양성 나오시는분들은 무조건 병원에서 재검 받으세요”라는 문자메시지다. 해당 병원이 어딘지 확인하고자 했으나, ‘백백원’이라 불리는 병원은 찾을 수 없었다. 해당 단체대화방에는 ‘보건소에서 확진...백xx에서 재검 받고 음성판정!! 이건뭐’라는 제목의 유튜브 영상도 공유가 됐지만, 빠르게 삭제된 뒤라 내용을 확인할 수 없었다.
서울시 시민건강국 관계자는 “보건소로부터 확진 판정을 통보받았는데, 움직였다면 감염병예방법 위반으로 있어선 안 될 일”이라고 지적했다. 또 보건소에서 확진을 받았다면서 감염병예방법 어긴 채 찾아와 재검사해달라고 했을 때 담당 병원이 검사를 해줬을 가능성도 없어 보이며, 했더라도 보고가 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유튜브 채널 고난극복TV가 게시한 영상
유튜브 채널 고난극복TV가 게시한 영상ⓒ유튜브 채널 고난극복TV 화면 갈무리
방역당국을 믿지 말라는 종용은 지난 14일부터 시작됐다. 유튜브 채널 ‘고난극복TV예배중심복음중심채널’ 운영자는 8.15 광화문 극우집회가
열리기 전날인 지난 14일 ‘긴급속보2’이라며 한 영상을 게시했다.
해당 영상에서, 채널 운영자는 “병원을 갔다가 확진 판정을 받고 꼼짝 못 하고 있다. 역학조사도 끝나지 않았는데, 확인됐다고 한다. 석연치 않다. 약도 이상한 약을 줬다. 신경안정제다. 류마티스 관절염 약이다. 정신과에서 주는 약이다 … (난) 아프지도 않고, 증상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확진 판정을 받았다) 약을 먹고 하루 자고 났더니 날아갈 듯 정상이 됐다. 안 아프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이상한 약을 주면서 강제입원시킨다”라며 “100% 탄압이 맞다. 코로나 확진자 만들어서 탄압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속지 말고 영상 퍼 날라서 내일 8.15 집회하는데 이상 없도록 (하자) 이 영상 주변 사람들에게 널리 알려서 절대로 속지 않도록 (하자) 하나님께서 내게 사명을 준 것 같다”라고 획책했다.
이 영상은 18일 현재 7만 건 이상이 조회수를 기록했고, 김재헌 목사 등이 본인의 유튜브 채널에 그대로 공유하면서 계속해서 퍼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