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전당대회, ‘이낙연 리더십’ 본격 시험대 오른다
안정감 택한 민주당, 이낙연 신임 대표가 보여줄 비전은 아직 ‘물음표’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의원이 29일, 60%가 넘는 압도적인 지지를 얻어 새 대표로 선출됐다. 선거 내내 회자됐던 '어대낙(어차피 당 대표는 이낙연)'은 이변 없이 현실화됐다. 대선 출마자는 선거 1년 전 당직에서 사퇴해야 한다는 당헌당규에 따라 이 대표의 임기는 6개월에 불과할 것으로 보이지만, 민주당의 당심은 '이낙연'에게 쏠렸다.

이는 선거 초반부터 예상됐던 결과였다. 유력 대권 주자의 등판으로 선거 판세가 일찌감치 기울어진 데다가 수해와 코로나19 재확산 등으로 선거 운동에 큰 제약이 생기면서 김부겸·박주민 후보가 판세를 뒤집기 어려운 상황이었다. 선거 전 공개된 여론조사에서도 공고한 '이낙연 대세론'이 입증됐다. 누가 대표가 되느냐보다는 이낙연 대표의 득표율이 과반이 되느냐, 2위는 누가 되느냐에 더 큰 괌심이 모인 싱거운 선거였다.

코로나 재확산 속 선택받은 이낙연 '위기 극복 리더십'
본격적인 정치력 검증은 이제부터 시작될 듯

이 대표의 당선은 코로나19 재확산이라는 사회적 위기와 '슈퍼 여당' 민주당이 처한 위기를 안정적으로 수습해달라는 요구가 반영된 결과로 풀이된다.

문재인 정부에서 초대 총리이자 최장수 총리 기록을 세운 이 대표는 총리 시절 발생한 여러 재난을 안정적으로 관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데, 이러한 경험들이 당원들에게 신뢰감과 안정감을 준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 역시 "위기 극복 리더십"을 전면에 내세우면서 검증된 지도자라는 점을 부각했다.


뿐만 아니라 차기 대권 도전이 유력해 보이는 이 대표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내줌으로써, 여권의 유력 대권 주자에게 힘을 실어주는 측면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문제는 선거 이후다. 공고한 대세론 속에서 승기를 거머쥔 이 대표는 임기 6개월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당면한 위기를 극복해내고 집권 여당으로서의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난제를 떠안게 됐다. 선거 이후에서야 본격적인 정치력 시험대에 오르게 된 셈이다. 당장 내주부터는 코로나19 재확산으로 벼랑 끝에 몰린 민생 경제를 구하기 위한 2차 재난지원금 논의도 시작해야 한다.

이와 함께 최근 지지율 하락으로 드러났던 민주당 위기에 대한 정확한 진단과 함께 근본적인 처방도 함께 제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대표는 선거 과정에서 국민의 눈높이에 맞지 않았던 모습을 지지율 하락 원인으로 지목하며 '당이 유능해야 하고, 기민해야 하고, 겸손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는데 이를 위한 구체적인 쇄신 방안을 내놔야 한다.

이낙연 표 정치의 실체는?
이낙연 측 "대표 되면 강력한 리더십 행사"

그러나 이 모든 과제들을 해결하기 위한 '이낙연 표' 정치는 여전히 안갯속이다. 그동안 이 대표는 민감한 현안들에 대한 입장 표명을 자제해 왔다. 대선 주자 1위를 독주하던 '이낙연 대세론'이 흔들리기 시작한 뒤로는 이전보다 선명한 발언들을 나오긴 했으나 대개 정부여당 기조에 발맞추는 수준의 메시지들이었다.

당원들의 지지를 얻어야 하는 선거기간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력 당권 주자이자 대권 주자인 이 대표만의 해법을 들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직분에 충실하자'는 게 이 대표의 소신이라는 입장이라지만 당을 어떻게 운영해 나갈지, 정부의 국정운영을 어떻게 뒷받침할지에 대한 비전은 여전히 두루뭉술한 화법 속에 물음표 투성이다. 오히려 이 대표는 2차 재난지원금 지원금의 선별 지급을 주장하는 등 '선별 복지' 신념을 드러내면서 개혁적인 성향과는 거리가 멀다는 평가까지 나오고 있다.

이 대표 측에서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당 대표가 되면 달라질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이낙연 캠프 핵심 관계자는 민중의소리와의 통화에서 "그동안은 당 대표 '후보'였기 때문에 한계가 있었다. 당에는 대표가 있고, 총리를 오랫동안 지낸 분으로서 대통령의 여러 판단들을 존중하지 않을 수 없는 운신의 폭이 있었다"며 "그러나 당 대표가 되면 명실공히 당에서는 최고 지도자로서의 위상이 확보되고 176석의 거대 여당 대표이기 때문에 어떤 때에는 정부와의 관계에서도 주도와 견인을 해가는, 특히 국난극복의 과정에서 '강력한' 지도력을 행사할 의지가 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그 의미에 대해 "국정 전반에 대해 정부와 대등한 입장에서 운영을 하도록 뒷받침할 것이고, 특히 어떤 때는 (정부를) 리드하면서 국민의 요구가 잘 반영될 수 있도록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겠다는 것"이라며 "그와 관련된 협치를 현실화한다거나 민생 문제를 실제로 풀어낼 것이다. 그러면서도 겸손함과 유능함을 동시에 갖추는 당으로서 국민의 신뢰를 다시 회복할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