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노동시장 위축, 숙박·음식 등 ‘대면 업종’에서 두드러져
제조업·ICT·금융 충격은 상대적으로 작아…“대면 업종 안정화에 집중해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노동시장이 크게 위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숙박·음식·교육 등 대면으로 이뤄지는 서비스업종 충격이 컸다. 제조업 등 다른 업종으로 여파가 확산될 우려가 있어, 대면 업종에 대한 집중적인 노동시장 안정화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한국은행이 31일 발간한 ‘코로나19의 노동시장 수요·공급 충격 측정 및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2~4월 노동시장 수요·공급 충격이 총근로시간 변동에 미친 영향은 예년 대비 크게 확대됐다. 노동 수요 충격은 기업이 고용을 줄였다는 의미이고, 노동 공급 충격은 가계 구직 활동이 축소됐다는 뜻이다.
한국은행은 총근로시간(월평균) 감소에 대한 노동 수요 충격 기여도를 수치화했는데, 지난 2~4월 평균치는 -0.53%포인트(p), 2015~2019년 평균치는 -0.10%p였다. 코로나19 확산이 본격화한 3월부터 기업 신규 구인과 채용이 감소세로 전환했고, 직장 휴·폐업과 업황부진 등으로 비자발적 실업자 비중이 크게 상승했다.
노동 공급 충격이 미친 부정적 기여도는 2~4월 평균 -1.22%p로 과거 평균치 -0.56%p보다 2.2배 컸다. 경제활동상태에서 비경제활동상태로 전환한 인구가 늘고, 구직을 포기한 구직단념자수도 크게 증가했다.
산업별로 보면, 숙박·음식, 예술·스포츠·여가, 교육 등 주로 대면 접촉을 통해 제품·서비스를 수요·공급하고 재택근무가 어려운 분야에서 노동 수요·공급 충격이 크게 발생했다. 코로나19 확산으로 외식·야외활동·오프라인 수강이 급감하면서 노동 수요 측면에서 큰 충격이 나타났다. 감염 위험으로 구직활동이 줄어들면서 노동 공급 충격도 크게 발생했다.
원격근무가 가능하고 비대면 제품·서비스 공급이 큰 비중을 차지하는 제조업과 ICT, 금융·보험, 전문·과학·기술서비스업 등에서는 부정적인
노동시장 충격이 상대적으로 약하게 나타났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가 야기한 노동시장 수요 충격 영향이 상당 기간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부정적 노동 수요 충격으로 발생한 총근로시간 변화율은 마이너스를 나타내다가 약 10개월이 지나서야 회복할 것으로 추정됐다.
박창현 한국은행 조사국 조사총괄팀 과장은 “노동 수요 충격이 크게 증대된 점을 고려할 때, 노동 투입에 대한 노동 수요 충격의 부정적 영향이 당분간 지속될 가능성이 있다”며 “노동 수요 충격이 크게 나타난 대면서비스업 경우 코로나19에 따른 고용악화가 여타 산업에 비해 더 오래 지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은행은 코로나19 영향이 산업별로 다르게 나타나는 만큼 충격 원인에 따라 선별적이고 차별화된 대응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박 과장은 “제조업 등 여타 산업으로 충격이 파급되는 등 노동시장 구조적 문제 등으로 발전할 가능성을 고려할 때, 대면 업무 비중이 높은 산업을 중심으로 노동시장 안정화에 주력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또한 박 과장은 “장기적으로는 원격근무 확대와 디지털 전환 등으로 노동시장 충격을 완충할 수 있도록 일자리 구조변화를 점진적으로 추진해야 할 것”이라며 “산업·직업 구조 변화에 따른 중·저숙련 일자리 소멸, 일자리-기술 미스매치 심화 등에 따른 취약부문 고용악화에도 대비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