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코로나19 대비 “말라리아 치료제 먹고 있다” 발언 논란 확대

미국 FDA마저 부작용 경고한 치료제...“괜찮아 보인다” 강변에도 미국인에 ‘잘못된 신호’ 우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8일(현지 시간)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에 대비해 말라리아 치료제인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일주일 넘게 매일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하지만 의학 전문가들은 물론 미국식품의약국(FDA)마저도 코로나19 치료에 효과가 없고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경고한 약을 트럼프 대통령이 복용하고 있다는 사실을 밝히자, 즉각 논란이 확대하고 있다.

미 CNBC방송 등 외신 보도에 의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백악관에서 기자들과 만나 “나는 그것(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지난 일주일과 절반(약 10일) 동안 복용하고 있다”며 “매일 한 알”이라고 설명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은 이틀에 한 번씩 코로나19 음성 판정을 계속 받고 있고 증상은 없지만, 백악관 의료진들도 그의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 사실을 알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나는 그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하이드록시클로로퀸에 대한) 수많은 좋은 얘기를 들었다”며 “그것이 좋지 않다면 나는 여러분에게 진실을 말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나는 그것(복용)으로 인해 아프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그것(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40년 동안 말라리아, 루푸스(lupus) 그리고 다른 질병들에 쓰였다”면서 “나는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최전선에 있는 노동자들도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면서 “많은 의사들도 그것을 복용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내가 여러분에게 말할 수 있는 전부는 현재까지 내가 괜찮아 보인다는 것”이라면서 “나는 사람들이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을) 먹을 수 있도록 허용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의 이 같은 발언이 속보로 전해지자, CNN방송은 물론 친(親)트럼프 매체인 폭스뉴스도 즉각 전문가 인터뷰를 통해 이 약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효과가 없다는 내용을 방송했다.

말라리아 치료제를 쓰이는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은 트럼프 대통령이 이전에도 여러 번 코로나19 치료제 후보로 극찬한 약이다. 그러나 의학 전문가들은 그 효능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으며 부작용을 주의해야 한다고 경고하고 있다.

지난달 미국식품의약국(FDA)도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심장박동 이상을 포함해 심하면 사망까지 이를 수 있는 부작용을 초래한다며 임상 시험에서만 사용돼야 하며, 의사의 처방전 없이는 복용해서는 안 된다고 경고했다.

최근 진행된 몇몇 연구에서 하이드록시클로로퀸이 코로나19 치료에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결과가 나왔다는 보도도 잇달았다. 영국의학저널은 지난 14일, 이 약이 코로나19 환자 치료에 별다른 효과가 없었다는 중국과 프랑스의 연구 결과 2건을 소개했다.

미국 컬럼비아대학 연구팀도 지난 8일, 하이드록시클로로퀸 처방 환자와 이를 복용하지 않은 대조군과 비교할 때 별다른 차이가 없었다는 실험 결과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이러한 부작용 우려를 일축하며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지금까지 내가 괜찮아(OK) 보인다는 것”이라고 강변했다.

그러나 미 언론들은 올해 만 73세의 고령인 트럼프 대통령이 보건당국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하이드록시클로로퀸 복용을 강행하는 것은 그의 건강에도 좋지 않은 결과를 초래할 수 있고 미국인들에게 잘못된 신호를 줄 수 있다고 일제히 비판했다.